잘 지내셨나요? 이 편지를 쓰는 8월 말은, 날씨가 정말 선선해 산책하기 좋았던 저녁이었습니다. 처서가 지나면 선선해진다더니, 참 마법같아요. 3개월 동안 뉴스레터를 쓰지 않자 급한 마음으로 편지를 쓰기 시작해 봅니다.
여러분은 아마도 제 편지를 "문장줍기"로 기억하실 겁니다. 문장줍기는 2020년 2월부터 2022년 5월, 3개월 전까지 100번의 뉴스레터를 보냈었어요. 주제에 맞는 문장을 골라 보내드렸죠. 특히나, 다시 일상이 시작되는 월요일, 일명 개쓰레기요일이라고 욕을 먹는 월요일 아침 출근길에 힘을 한 스푼 실어드리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어느 순간 인심 좋은 뉴스레터가 되어야 한다는 압박이 있기 때문이었을까요. 최대 열 개의 문장을 고르곤 했습니다. 그러다 보면 때때로 숨이 턱, 하고 막히곤 했습니다. 문장을 고르다 지쳐서 잠깐 누웠다가 눈을 떠보니 새벽 다섯시가 된 적도 많았답니다.
그런데 이렇게 모은 문장은 제 것이 아니잖아요. 수많은 사람들과 조율하는 지난한 과정을 거치지 않으면, 그 무엇도 남길 수 없다는 사실이 슬퍼졌습니다.
그래서 이제 문장을 줍는 사람에서 벗어나 소얀이라는 사람이 밑줄을 긋고 이를 바탕으로 쓴 편지를 보내드리기로 했습니다.
자, 이번엔 새로운 이름을 달아보았습니다. 밑줄일기라는 새로운 이름을 달아보았습니다. 자기소개를 하듯 떨리는 마음으로 인사를 건네봅니다.
저는 월요일 출근길을 앞둔 사소하고 심란한 마음을 붙잡아 볼 거예요. 그 순간에 밑줄을 치고, 그 마음을 가지고 여러분에게 편지를 쓸게요. 좋아하는 날씨, 선선해진 계절, 어제의 산책길, 서른이 넘어서도 뭘 하고 사는지 모르겠다는 막연한 두려움, 동료가 떠난 아쉬움 등등. 그리고 제 마음에 생각났던 문장들을 소개할게요. 이전과 조금 다르게 편지에는 문장을 고른 이유까지 한 번에 담아 쓸 거고요, 2천 자를 넘지 않는 게 목표랍니다.
그래도 제가 문장줍기를 시작했던 것처럼, 제가 고르고 쓴 문장들이 힘이 되길 바라는 마음인 것은, 그래서 독자님과 제가 또 한 주를 살아낼 힘을 받길 바라는 마음은 변하지 않을 겁니다.
이전에 문장을 처방해 드리는 문장술사를 운영했던 것처럼, 여러분이 사연을 보내주신다면, 그 사연에 맞게 제가 답장을 드리는 것도 여전히 변하지 않을 겁니다. 아래 "전할 말이 있어요" 버튼을 눌러 보내주세요.
형식이 바뀌어 실망하실까 무섭기도 하지만, 다시 시작하는 마음으로 편지를 시작합니다. 이를 통해 제가 조금 더 가볍게, 오래오래 이 편지를 쓸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자, 그럼 다음 일요일부터 다시 만나요.
- 유난히 선선해진 8월 29일,
소얀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