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님, 안녕하세요. 일 년 반이 넘도록 사연을 받아 도움될 만한 문장을 골라드리고 있지만, 저도 위로하는 일이 힘들어요. 우두커니 앉아 말을 들어주다가 참 힘들겠다며 고개 끄덕이는것밖에 못한다 싶어요. 돌아오는 길에 내가 좋은 말을 해준걸까 싶기도 합니다. 인생 경험이 많아서 똑 부러지는 조언과 해결책을 줄 수 있는 멋진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는데 스스로 봐도 영 아니더라고요. 어디까지가 공감하는게 맞고, 어디까지 조언할 수 있는지 판단하기도 참 어렵습니다.
그래서 독자님의 사연이 남 일 같지 않았어요. 어떤 말을 건넬지 거듭 고민하다가, 나아지길 바라는 마음을 진심을 담아 꾹꾹 눌러 말해보고, 그럼에도 내 말이 옳았나 뒤돌아서 자책하는 게 꼭 저를 보는 것 같았습니다.
가장 좋은 위로를 하는 법은 모르지만, 반대로 내가 힘들 땐 사람들이 나를 어떻게 위로해 주길 바라는지 생각해 보았습니다. 주중에 기분이 안 좋은 일이 있었는데, 제가 힘들다고 말하기 전에 미리 제가 괜찮은지 물어봐준 사람들 덕에 제가 오히려 더 차분해질 수 있었어요. 그 말이 묻는 메시지가 무엇이든, 너를 생각하고 있다는 마음을 느꼈을 때 위로받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월초에 위로에 관한 글을 쓸 일이 있었어요. 언제부턴가 말로 하는 위로보다 다른 방법으로 건네는 위로를 믿게 된다. 나를 생각해서 사 온 물건들, 내게 내어주는 시간들. 제가 그 글에서 주로 한 이야기는 사람들에게 위로를 구하기보단 혼자 다른 풍경을 보면서 스스로를 다독이는 시간이 많아졌단 이야기였지만, 결국 그럼에도 사람들이 건네는 따스한 관심이 참 소중하다 생각했었어요.
독자님이 친구에게 해주셨던 말을 다시 읽어보았습니다. 저는 독자님이 친구에게 건넸던 말에서 진심이 느껴졌어요. 힘든 상황을 공감해 주고, 그럼에도 친구가 기분 전환을 한 뒤 그 순간을 이겨내길 바라는 진심이요. 어쩌면 그 진심이 정답 아닐까요. 멋진 사이다 멘트 백 마디보다, 진심을 담은 투박한 한 마디가 더 소중할 거예요. 사실 어떤 방법론이 있더라도 당사자에게 도움이 될만한 위로의 방식은, 친구가 어떤 사람인지 알고 있는 독자님이 결론을 내야 하니까요.
이번주의 밑줄에는 네 개의 문장을 골랐습니다. 첫 번째 문장은 정신의학신문에 실린 위로하는 세 가지 방법에 대한 글에서 발췌했습니다. 진심이 어린 위로는 상대방에게 전달된다는 말이 와닿았습니다. 두 번째 문장은 삼풍백화점 생존자인 작가님이 인터뷰한 말이었습니다. 큰 불행을 겪은 이에겐, 말을 아끼라는 말이 와 닿았습니다. 세 번째 문장은 대학내일의 기사에서 가져왔는데, 적어도 이런 위로는 하지 말자는 반면교사가 잘 정리된 글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마지막 문장은 제가 좋아하는 독립출판물, 아무것도 할 수 있는(제가 참고한 판형은 2판입니다)에서 가져왔습니다. 우울을 겪은 사람들이 위로받았던 순간에 대한 인터뷰를 했던 여섯번째 챕터에 나온 이야기입니다.
-11월 21일,
더 따뜻한 위로를 건네고 싶은
소얀 드림
PS. 다른 독자님들은 어떠신가요, 기억에 남았던 위로가 있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