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은 잊을 수 없는 그날을 생각하며 당신에게 보내는 반짝거리는 문장들 들어가면서
지난주 금요일은 세월호 참사 7주기였습니다. 금요일을 마무리한 뒤에야 이날임을 기억했습니다. 조금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잊지 않고 싶어 그 당시와 지금을 교차해 기억해보려 합니다. 첫 번째 문장 당신의 사월은 어땠나요 어떤 분은 그 날의 날씨까지 기억했었어요. 그날 유난히 쌀쌀했었는데, 자기는 되게 따뜻한 방 안에서 이불덮고 그걸 보고 있더래요. 그 순간 그게 너무 미안하다는 생각이 들었더래요. 지난주에 뭘 했는지도 기억이 안 났는데 이렇게까지 기억하는 건 트라우마의 어떤 증거였구나, 생각이 들더라구요. 주인공은 말한다. 4월16일이 오는 걸 어떻게 하냐고. 그렇다. 4월16일은 계속해서 찾아올 것이다. 그렇다면 다시 한번 마주하자. 당신과 나의 사월을 기억하고 말해보자. 그리고 잊지 말자. 국가는 단 한명도 구하지 못했다.(...) 진심으로 애도하고, 정확하게 기억하고, 명확하게 직시하자. 두 문장 모두 "당신의 사월(예고편)"이라는 다큐멘터리와 연관된 내용입니다. 위 내용은 당신의 사월의 주현숙 감독의 인터뷰에서 나온 이야기고, 아래 문장은 이길보라 감독의 칼럼입니다. 저도 7년 전 몇 가지 장면이 생생하게 기억납니다. 회사 구내식당이었고 전원 구조가 되었다는 말에 다행이라 생각했던 순간, 저녁을 먹으며 본 뉴스에 망연자실했던 기억. 그리고 버스를 타고 가다가 나도 이대로 죽을수도 있겠구나, 라는 불안감이었습니다. 당시 사람들의 생각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는 감독님의 말이 아프게 기억되었습니다. 두 번째 문장 잊기 위해서 기억하기 위해서 이웃의 모든 일은 빵점이다. 아무리 잘한들 아이들이 돌아오지 않기 때문이다. 죽을힘을 다해서 노력해도 빵점이 최고점수일 수 밖에 없는 일을 해야 한다는 건 쉽지 않다. (...) 천천히 오래 계속하다보면 빵점까지 도달할 지도 모른다는 간절함때문이다. -이명수 정혜신의 안산 치유 일기.. 한가로운 뜨개질? 그것은 신비로운 진통제(한겨레) 주인공 없는 생일날 모여서 그 아이에 대해 이야기하는거에요. 그 아이에 대해 이야기하다보면 엄마들이, 아빠들이 우리 아이가 없지만 친구들 마음속에 생생하게 살아남아있구나. 친구들하고 저런 시간을 보냈구나. 짧은 시간이지만 쟤가 의미있고 재미나고 밀도있고 안해본 거 없구나, 이런 느낌을 생생하게 받으면서 위로가 되는 거에요, 2014년의 기사에서 세월호 유가족이 고통을 잊기 위해 뜨개질을 하는 모습을 보았던 것을 기억합니다. 당시 해당 공간(치유공간 이웃)을 운영하던 정혜신 박사님이 떠올라 이를 언급한 내용을 찾아보았습니다. 위 기사는 당시 제가 보았던 기사였고, 아래 문장은 2019년 해당 경험을 회고하며 한 방송에 나와 강연하신 내용입니다. 잠시나마 고통을 잊기 위해서, 혹은 기억하기 위한 순간은 모두 애도하기 위한 순간들이었습니다. 기사를 읽다보니 새롭게 들어온 문장은 위에서 인용한 "빵점"이었습니다. 이미 떠난 아이를 돌릴 수 없지만, 살아남은 사람을 다독여 겨우 빵점이 되기 위한 노력이라고요. 한없이 마이너스로 갈 수 있지만, 더이상 마이너스로 가지 않게 하려는 사람들의 노력이 어땠을지 생각해보게 되었습니다. 세 번째 문장 문제가 반복되지 않기를 바라며 문제를 감췄거나 미뤘거나 망각했기에, 문제를 정상으로 오인하여 자욱한 안개 같은 문제들 속에 함께 어울려 살았기 때문에, 문제없이 오늘 하루의 무사함을 심드렁하게 영위할 수 있었던 게 아닌가. -김행숙, 눈먼자들의 국가지금 저도 이 자리에 있는 거 싫어요, 솔직히. 하기 싫어요. 그런데 이런 경험이 굉장히 중요해요. 그럼 이런 경험들을 당해보지 않은 사람에게 알려주는 하나의 의무가 있는 것 같아요. 아래 내용은 닷페이스의 다큐멘터리입니다. 세월호참사, 삼풍 백화점 붕괴사고와 대구 지하철 참사 유가족의 말이 번갈아 나옵니다. 저 문장은 대구지하철 방화사건의 유가족이 직접 말씀하신 내용입니다. 해당 다큐의 댓글-"우리는 오답노트를 써야 한다"는 댓글도 기억에 남았습니다. 그 가운데 김행숙 저자가 쓴 문장을 다시 보니, 어쩌면 우리는 때때로 일어났던 문제를 "망각했기에" 오늘을 그저 흘려보낸게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잊지 않겠습니다, 라는 말이 왜 중요한지를 새삼 떠올리게 되었습니다.문장술사 가족에게 부침을 느낀 독자님께 가족이라는 이유로 많은것을 감수하고, 이해해보려 했는데 더이상은 하고 싶지 않아요. 가족을 이해해보려고, 함께 하려고 살아온 지난 시간들과 제 행동들이 소용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또한 바뀌지 않을 가족들에 대한 최소한의 기대가 좌절될 때 마다 비참해지는 제 자신을 저 스스로 구해주고 싶어요. 당신은 부모로부터 확인을 받지 않아도, 태어나는 그 순간부터 생명 그 자체로 생존할 만한 가치가 있는 존재예요. 당신이 자꾸 그걸 확인하기 위해서 연연해하면 번번이 지금과 같은 상처가 반복될 수 있어요. 다만 당신 마음이 최소한 인간의 도리, 자식의 도리로 부모에게 잘하는 게 마음이 편하다면 당신의 마음을 따르세요. 부모가 당신에게 어떻게 해주느냐보다 당신 마음이 그렇게 했을 때 편하다면 그렇게 하면 됩니다. 가족이라는 끈이 때로 마음을 괴롭히는 굴레이기도 하고, 일부가 썩어 버린 끈일 수도 있어요. 이 끈은 언제든 풀어져 버릴 듯 불안하고, 약하지요. 그러니 각자가 이 끈에 집착할 게 아니라, 자신의 삶에 더 가치를 두어야 합니다. 그래야 각자의 삶이 가치 있고, 행복해질 수 있습니다.
독자님, 안녕하세요. 그동안 풀어지지 않는 상처를 안고 지내느라 수고하셨습니다. 나와 안 맞는 사람이 가족일 수도 있고, 때로는 남보다도 못한 상처를 줄 수 있는 존재일수도 있겠죠. 저는 독자님 편에서 상담하니까 독자님만을 위한 문장을 골라봤습니다. 가족 문제는 어렵지만, 이 경우 오은영 선생님의 문장이 때로 상처에 위로가 된다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오은영 선생님의 칼럼 중 각각 다른 곳에서 사연을 골라왔습니다. 일부러 사연의 제목을 표기하지 않았는데요, 원 사연이 사연자님의 고민과 다른 내용일 수 있을까 싶더라구요. 원 사연의 내용 자체보다는 문장을 위주로 골라왔다고 이해해주세요. 48호에서도 비슷한 문장술사 사연을 받았던 적도 있는데, 저 사연의 문장들도 도움이 되시려나요. 모쪼록, 제 문장을 읽고 조금이나마 마음이 편해지시면 좋겠습니다. 문장술사 시작도 못하고 끝나버려 허탈한 독자님께 어장관리를 크게 당하고 힘들어하고 있습니다ㅜㅜ
저한테 관심없었으면 꽃보러 가자는 말은 왜했을까요,,
절절한 짝사랑까진 아니었지만 그래도 오랜만에 꽤 맘에 들었던 사람이라 힘드네요
훌훌 털고 일어날 힘을 주는 문장이 듣고 싶어요 그 일이 해결되지 않으면 자신의 인생이 송두리째 멈춰버릴 것만 같은 느낌이 들지도 모르지만, 사실은 절대 그렇지는 않아요. 어느 노래 가사말처럼 인생의 쇼는 계속되기 마련이고, 시간이 흘러 그 상처를 채우게 되니까요. 이별, 상실, 짝사랑으로 인한 좌절도 시간이 지나면 내 기억의 한 페이지로 빛바랜 사진으로 남게 되는 거죠. 우리를 괴롭히는 경험이 마음에서 떠나지 않는다면, 그 기억과 아픔이 사라지기 전까지 일상을 유예하기보다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 하루를 이어가는 것이 좋을지도 모른다. 지금의 삶에 몰입하느라 추억하는 것을 잊는 것, 그것은 뺄셈은 없고 덧셈만 있는 우리의 마음에 가능한 유일한 망각이니까. 독자님, 안녕하세요. 연애 상담은 제게 제일 어려운 사연 중 하나입니다. 연애 세포가 다 죽었거든요. 문장을 몇 번 고르려다 늦었네요. 기다리셨을까 죄송한 마음입니다. 사연을 보자마자 백아연의 이럴거면 그러지 말지 노래가 생각나네요. 사실 어장관리하면 욕하는 내용밖에 없어서, 문장을 고르기 힘들었습니다. (그래서 몇 주가 걸렸네요..) 연애 상담을 하다보면 마냥 상대방 욕만 하는게 답은 아니어서 우선 마음을 추스릴 수 있는 문장을 보내보았습니다. 이번에는 직접적인 연애 문장 대신 그저 일상으로 복귀하길 바라는 마음을 가지고 문장을 두 개 골라봤습니다. 이럴때 의외로 정신의학신문의 칼럼들이 좋더라구요. 상황은 다를 수도 있겠지만, 제가 하려는 말을 대신하는듯 한 문장들을 골랐습니다. 거리를 두고 상황을 지켜보고, 감정을 기록하는 것. 시간이 지난 후에 남을 수 있길 바라는 마음. 일상으로 빠르게 복귀를 바라는 마음까지 말이죠. 문장들이 독자님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네요. 독자 후기 요즘 이직도 준비 중이고 제 '일'과 앞으로 만들어 가야하는 제 모습에 대해 그 어느 때보다 고민을 많이 하고 있는 때예요. 그래서인지 이번 뉴스레터는 참 마음에 와닿고 마음에 담아두고 싶은 문장들이 많았어요. 몇 개는 저와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는 동료들과 나누기도 했네요. 눈이 뻑뻑한 수요일 아침, 그래도 마음은 포근해지고 다시 의욕이 퐁퐁퐁 샘솟는 느낌이예요. 좋은 문장들, 늘 감사합니다. :) 사연을 한 문단정도로 줄이려고 노력하지만, 독자님의 사연이 기뻤습니다. 제 문장을 몇 분에게도 공유해주셨다니 기쁘네요! 저도 그날은 눈이 침침했던 것 같은데, 독자님의 피드백을 보고 제 마음도 따수워졌답니다.:) 즐겁게 읽어주셔서 감사해요. 이직이 참 녹록지 않은 과정이지만, 독자님께도 좋은 결과 있으시길 바랄게요. 문장의 힘을 전해주셔서 감사해요 :)
사연소개가 요약되니까 더 좋은 것 같아요. 뉴스레터가 많아지고 길어지면 가끔 피로감을 느끼는데, 사연을 놓치는 것보다 소얀님이 간결하게 다듬어서 전해주셔서 그 마음도 감사하고 다른 사람의 사연에 조금 더 마음을 기울여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안그래도 가독성이 좋지 않아졌다는 걸 저도 느꼈기에 고치고 싶었는데, 좀 나아졌다니 기쁩니다. 그래도 요약할때 사연의 진정성은 놓치지 않도록 노력할게요. 마감 후기
이번 문장줍기는 어떠셨나요? 함께 읽고 싶은 문장이 있으신가요? 필요한 문장을 추천받고 싶으신가요? SENTENCE PICKER sentencepicker@gmail.com |
월요일 아침 출근길을 앞둔 당신에게 드리는 사소한 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