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님, 안녕하세요. 잊지 않고 다시 소식을 들려주셔서 고마워요. 새로 간 회사에서 안정감을 찾으셨다니 다행입니다. 돈 벌면서 하고 싶은 걸 한다는 건 참 재밌는 일입니다. 저도 주말에 카페 가서 남편하고 1인 1케이크 시킬 때, 고마운 친구에게 선물 보낼 때 돈 쓰는 게 참 좋습니다.
독자님은 오랫동안 하나의 목표를 위해 달려왔잖아요. 내가 정한 타임라인에 쫓기는 기분이라는 말에서 독자님의 조바심이 느껴졌습니다. 취업을 한 번 했는데 이직까지 한 만큼, 숨 가쁘게 살아을 거라 생각합니다. 아마 지금 느끼는 감정은 안정감에서 오는 소소한 행복일 겁니다.
그래서 일단 지금은 숨을 고르시길 추천해요. 사실 사람은 간사해서 지금에 만족하기 쉽지 않아요. 잠시의 안정을 누리다가도, 조금 있으면 뭔가 더 해보고 싶은 순간이 올 거예요. 혹은 이 직업이 나에게 맞는지 고민할 수도 있고요. 직업이 맞지 않는다면 새로운 진로를 모색하기 위해서, 이 일이 정말 좋다면 더 잘 해내고 싶어서 무언가를 배우고 싶을 거예요. 그 순간이 오면 다시 여정을 떠나시면 됩니다. 지금 조바심을 내지 않고, 내가 다시 준비가 될 때까지 숨을 고르시길 바라요.
다만 몇 가지 말을 덧붙여 볼까요. 지금 하고 있는 일에 대한 촉을 세우길 바라요. 우선 이 직장에서 만족한다는 것 자체가 처우뿐 아니라 내가 잘 맞는 일을 하고 있는지, 일을 잘 할 수 있는 능력을 갖게 해주는 곳인지 생각해 보시길 바라요. 사회 초년생때 이런 역량을 갈고닦지 않으면 소위 물경력이 되기 쉬우니까요.
지금 손에 넣은 안정감도, 생각보다 깨지기 쉬워요. 업황은 생각보다 자주 바뀝니다. 어떤 회사에 다닌다는 것이 더 이상 안정을 보장해 주지 않습니다. 그런 불안정 속에서 우리는 내가 가진 커리어로 오래오래 살아남을 수 있는 실력을 갈고닦아야 합니다. 친구들에 비해 내가 다니는 회사가 크지 않은데, 라는 고민도 섞이신것 같아 덧붙여봅니다. 물론 체제가 잘 잡힌 회사에 다니면서 배울 수 있는 점이 많다는 생각은 들지만, 그럼에도 내가 있는 자리에서 배울 수 있는 걸 배우겠습니다. 나는 일하기 좋은 회사에 있는지, 나에게 맞는 자리에 있는지 주기적으로 점검해보세요.
지난 호에도 말했던 것처럼 이런 고민은 영원히 끝나지 않습니다. 독자님 나이었던 스물다섯의 제 사진을 얼마 전에 볼 일이 있었어요. 그때는 제 인생이 다 결정난 것 같아 겁이 났었어요. 나는 이미 반오십이다, 라는 망언을 하고 다녔어요. 몇년 뒤 정신차리고 주변사람들에게 사과했습니다. 한편으로 경력을 쌓으면 옆자리 차장님처럼 되는 걸까, 그때까지 잘 다닐수 있을까. 뭘 하고 살아야 할지 모르겠다 싶었어요.
그런데 아니더라고요. 그때는 상상하지 못했던 우여곡절이 있었습니다. 아마 서른셋이 먹은 지금부터 8년 뒤에 또 나름의 우여곡절이 있을 겁니다.
이번 주의 밑줄은 숨을 골라도 괜찮은데, 열심히는 살자, 라는 마음으로 골랐습니다. 지금 김민철 작가님의 신간, 내일로 건너가는 법을 읽고 있는데요. 3년만 일해야지, 했던 작가님은 업무 현장에서 기쁨을 느끼고 어느덧 20년 차 현직자로 거듭났습니다. 오래오래 좋은 마음으로 일하는 분의 이야기를 기쁘게 읽고 있어, 첫 번째 문장을 가져와보았습니다.
두 번째 문장은 시골쥐의 도시생활 유튜브에서 가져왔습니다. 지금 꿈이 없더라도 지금 주어진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자는 뜻에서 덧붙여보았고요, 세번째, 네 번째 문장은 내 일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기 바라는 마음으로 가져와 보았습니다. 내 전문성이 무엇인지 알고, 내가 일하고싶은 곳을 정의하기 위한 방법입니다. 마지막 문장은 스물 다섯, 제 사진을 보다가 써 두었던 글에서 가져왔습니다.
독자님, 내일 하루도 잘 살아내실 거예요. 아침에 일어나 스트레칭도 하고, 열심히 일하고, 틈틈히 행복한 순간도 주우세요. 퇴근하고 지인들과 행복한 시간도 만드시고요. 그러다 다음에 하고싶은 일이 피어오르실때, 그때의 이야기를 기다리겠습니다. 일단 저는 내일의 출근길부터 응원할게요.
-10월 16일,
독자님의 다음 여정이 궁금한
소얀 드림
PS. 혹시 다른 분들의 생각은 어떠실까요? 제가 당근과 채찍을 한번에 드리는 것 같아 조심스럽네요. 조언을 주신다면 다음 호 끝에 함께 소개해보도록 할게요. 저보다 인생 선배님들의 이야기도 기다려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