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한 주 일상은 참 단순했어요. 계속 재택이었습니다. 아침에 일어나 일을 하고, 점심에 20분 남짓 산책하고, 다시 또 일을 하고, 저녁엔 집안일을 하거나 천천히 걸으러 나갔습니다.
사실 날이 추워 저녁 산책을 못 나가는 날이 대부분이었습니다. 그럴 땐 낮에 나갔던 20분 산책이 전부였었습니다. 낮에 산책을 할 때도 걷기가 너무 싫어서 미션을 끼워 넣곤 했습니다. 책 반납할거야. 책 빌릴거야. 청경채를 사 와야지. 독감주사 맞아야지. 그러다 돌아오는 길에 빵을 살 거야.
단순했던 일상과는 반대로 사실 마음은 버석거리고, 머릿속은 복잡한 하루였습니다. 사실, 불안하지 않기 어려운 나날이었습니다. 뉴스를 볼 때마다 더럭 겁이 납니다. 유튜브를 보거나 기사를 보기도 쉽지 않아요. 어쩌면 제가 지난주 업황에 대해 주절거렸던 건 이런 불안이 반영되었기 때문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마음이 복잡했기에 작은 사건에도 종종 감정이 요동치는 한 주였습니다.
지금도 마음이 복잡한지라, 이번 주의 마음을 잘 풀어내기 쉽지 않네요. 그래서 이번 편지는 짧습니다. 대신 불안함을 자주 느꼈던 이번 주 제게 와닿았던 문장들에 대해 자세히 이야기해 볼게요.
첫 번째 문장은 불안함이 가장 심했던 주초에 보았던 유튜브 클립에서 가져왔습니다. 이 클립을 보고 생각했습니다. 그럭저럭 투덜거리며 반듯하게 생을 이어갈 수 있는 날은 그래도 행복한 날일지도 모른다고. 그리고 괴로운 순간이 왔을 땐, 지나고 나면 아무렇지도 않고 평범한 날도 올 거라 생각하면서 헤쳐나가야겠다고요.
두 번째 문장은 이다혜 저자님의 신간, 퇴근길의 마음에서 가져왔습니다. 여자들이 일 이야기하는 에세이를 좋아합니다. 제 마음속 3대장 중 하나가
출근길의 주문입니다(나머지는 제현주 저자의
일하는 마음, 황선우 저자의
사랑한다고 말할 용기입니다). 출근길의 주문 후속편이 퇴근길의 마음인 셈인데, 저는 이 책이 더 좋네요. 어제 처음 읽기 시작해서 지금 절반 남짓 읽었는데, 안 와닿는 문장 없이 고루 좋았습니다. 한번 쭈욱 읽고, 전자책을 사서 밑줄을 갈무리해야겠습니다. 이 책은 아예 책을 소개하는 편지로도 다루고 싶습니다.
마지막 두 문장은 박진영 심리학자가 동아사이언스에 연재하는 칼럼들에서 가져왔어요. 문장줍기때도 종종 소개했었죠. 오랜만에 검색해 쭈욱 읽어봤는데요, 그 중 두 개의 글에서 각각 문장을 가져왔습니다. 전문이 좋으니 꼭 한번 읽어보세요. 평온한 삶은 목표가 되기엔 적절하지 않다는 문장이 신선했습니다. 누군가 몇 년 뒤 내 모습에 대해 물어보면 사실 속으론 "마음이 평온했으면 좋겠다"라고 비밀스럽게 생각했거든요. 사실 일생의 목표로 삼기엔 쉽지 않은 일인가봅니다.
저는 이 편지를 부치고도, 또 불안할겁니다. 그땐 제가 밑줄을 그었던 이 문장들이 가르쳐준 데로 숨을 한번 들이쉬고, 지금 불안해하는 부분이 인생의 전부가 아니라고 생각해야겠습니다. 저와 같이 불안한 시기를 건너가는 독자님이 계시다면, 이 문장으로 도움을 받으셨으면 좋겠습니다.
-10월 23일,
바랄수 없는 안녕을 바라는
소얀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