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년 마지막 편지를 띄워봅니다 밑줄일기
-월요일 아침 출근길을 앞둔 당신에게 드리는 사소한 편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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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제 마음 한편에 큰 짐이 있습니다. 바로 연말 평가입니다. 회사에서 한 해 업무를 스스로 리뷰합니다. 그리고 동료평가를 받을 사람을 지정합니다. 월요일이 마감이에요. 집중하면 두 시간 정도 걸릴 듯한데, 업무 시간에는 마음만 바쁘더라고요. 금요일 저녁에 홀로 노트북 앞에 앉아 두 줄 남짓 썼던가요, 바로 도망가고 싶습니다. 내가 했던 일을 되새기는 건 중요하다는 걸 잘 알고 있는데, 힘들었던 순간과 아쉬웠던 순간이 생각나 머릿속이 복잡해졌어요. 입사 때 썼던 자기소개서만큼이나 어려운 글입니다.
연말 회고를 하면 스스로 올해 성적표를 쓰는 기분입니다. 회사원 얀 말고, 소얀이란 인간까지 더해서 생각해 볼게요. 상반기에는 과제 두 개 하느라 바빴고, 백일 글쓰기 모임을 운영했고 기획자로 썼던 글을 기고했습니다. 하반기에는 상반기만큼 의욕 넘치진 않았어요. 자주 아팠고, 중간에 허둥대는 시간도 길었어요. 할 수 없었던 일도 있었고요. 바로 옆 파트지만, 회사에서 부서를 옮겼고요. 13호에서 이야기했듯, 건강검진에서 추가 검진 이야기가 나와 병원을 다녀왔습니다. 마지막 과제 마감을 하느라 바쁩니다. 나름 열심히 했다고 노력상을 주고 싶은데, 연말을 맞아 마음이 헛헛하니 아차상 받은 것 같아요.
연말 마지막 주를 손꼽아 기다리고 있습니다. 마지막 일주일 휴가를 냈어요. 여름휴가를 안 갔던지라 기다리고 있습니다. 딱히 어딘가를 떠나는 건 아닙니다. 며칠은 서울에서 시간을 보내고 싶습니다. 아직 못 갔던 전시를 가보려 하고, 에스프레소 바도 들를 거에요. 나머지 시간엔 집에 콕 틀어박혀 미처 못 읽었던 책을 읽고, 집 안을 정리하고, 잔뜩 밀린 실비보험금 청구도 하려 해요. 올해 한 번도 청구 못했거든요. 아, 딸기타르트를 꼭 챙겨 먹을 겁니다. 올해 마무리가 힘들어 뭐가 되었던 몸을 사리고, 눈 감았다 뜨면 연초가 되길 내심 바라고 있었어요. 방전된 저를 채울 수 있는 시간을 바라봅니다.
여러분은 올해 마지막 달을 어떻게 보내고 계시나요? 올해를 어떻게 기억하고 싶나요? 연말을 맞은 저와 여러분들을 위한 문장을 골랐습니다. 첫 번째 문장은 연말 평가를 써야 하는 저에게 해주고 싶은 말입니다. 연말 평가 앞에 작아지는 제가 자신을 추켜세울 수 있길 바라봅니다. 두 번째 문장은 박진영 심리학자가 쓴 칼럼에서 가져왔습니다. 87호에 소개했었어요. 그땐 누군가에게 "주는 마음"과 연결시켰다면, 이번엔 스스로한테 좋은 일을 하고 싶은 마음으로 골랐습니다.
아래 두 문장은 내년에 잘 살아보자는 다짐을 하는 마음에 대한 글입니다. 내년에 어떤 방향으로 살고싶은지를 생각해보고 올해보다 내년에 한발짝 더 나은 사람이 되길 바란다는 건 참 좋은 일이네요. 내년에 대한 기대가 전혀 없는 저도, 내년 키워드를 생각해보게 됩니다. 오늘 가족 식사를 하다가 어른들이 내년 목표를 물어보셨는데, 아직 모르겠습니다. 그래도 봄가을엔 자주 산책을 하려 하고, 하루하루 단정하고 충실하게 살고 싶습니다.
-12월 11일,
이젠 진짜 쓰러갈거라 다짐하며,
소얀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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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 문장
한 해가 마무리되는 시기에, 앞으로의 계획을 잘 세우는 일만큼이나 중요한 작업은 기억이 희미해지기 전에 올해의 나를 갈무리하는 일이다. 어떤 일에 참여했는지, 성과는 어땠는지, 그 이후 함께 한 사람들은 지금 무엇을 하고 있고, 나는 어떤 변화를 겪었는지를 적어본다.이런 자세한 이야기를 다 아는 사람은 당신 하나뿐이다. 당신이 자기 자신을 추켜세울 기회를 줘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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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문장
내 마음을 좀 더 오래 부풀게 할 뭔가를 찾아 뜻깊은 연말을 보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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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번째 문장
연말은 역시 좋은 것이다. 무언가를 다짐하고, 오지 않는 시간을 기대하는 마음을 가질 수 있으니까.(...) 지난해보다 조금 더 나은 사람이 되고 싶다는 기대, 누구의 뜻도 아닌 내 뜻대로 행복해지겠다는 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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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번째 문장
피치못할 일이 있다면 어쩔 수 없지만 그래도 웬만하면 이 키워드를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조금 유들유들한 마음을 먹는다면 가능할 것 같았다. (...) 2023년에는 왠만하면 이 긍정으로 나를 자주 움직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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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수능 사연을 보내준 분에게 따뜻한 답장이 도착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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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줍기 81호 사연의 주인공입니다(...) 월요일, 화요일 할 때 '요일'이 알고보니 빛날 요(耀)에다가 날 일(日)로 이루어져 있다고 하네요. 무심코 지나가거나, 가끔은 해가 떠도 그저 어두워 보이는 이 하루가 사실은 혼자서 묵묵히 빛나면서 존재하고 있습니다. 비록 이 하루를 보는 독자님 마음은 어두울 지 몰라도, 커튼을 조금만 걷으면, 춥지만 밖에 잠시 나와보면 빛나는 하루를 느낄 수 있고, 그러다보면 또 덜 외롭고 힘들게 지금 이 시기를 보낼 수 있지 않을까하는 자그만한 응원의 마음 보탭니다.
->독자님은 81호 사연자분이 소식을 전해주시다니 기쁜 마음입니다. 어두운 시기를 지나 단단해진 마음으로 다른 이에게 빛을 주신다니 제가 다 뿌듯한 마음입니다. 독자님의 문장으로 제가 위로를 받네요. 이 문장이 지난호 사연자에게 도움이 되길 바라봅니다.
(...) 저는 시험에서 단 한번도 속시원히 붙어본 기억이 없네요.(...) 설령 내가 이 시험에 떨어지더라도, 영영 붙지 못하더라도 난 이 일을 계속할 것이다라는 확신이 있습니다. 숱한 시험과 좌절의 나날을 거치면서 저는 운 좋게도 제가 가장 좋아하는 일을 찾았거든요. 돈과 명예 없이도 이것만으로 족한 제 사랑을 찾아 버렸거든요! 그래서… 방송사든 어떤 회사든 절 밀어내더라도 저는 이것으로 족하다고, 생각할 수 있게 됐어요. 독자님의 나날이 독자님의 가장 소중한 것을 찾는 여정이었으면 좋겠습니다! 결과가 좋아서가 아니라, 그것을 구하는 길 위에서 오롯이 행복한 시간이었으면 좋겠습니다. 즐거운 여행길이었으면 좋겠습니다!
->독자님이 '이것만으로 족한 내 사랑'이라고 한 구절을 오랫동안 들여다보았습니다. 좋아하는 일을 오롯이 보는 마음이 전해져서 저 또한 지금 일을 바라보는 제 마음을 생각하게 되네요. 편지의 전문은 수능 시험 사연을 들려주신 독자님에게도 보내드렸어요. 좋은 사연 보내주셔서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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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다 한 이야기
-이번 호를 끝으로 한 달 남짓 쉬어가려 합니다. 연초에 수술 일정을 잡았습니다. 30분 걸린다지만 그래도 떨리네요. 겁이 많아서 그런가봐요. 그전까지 계속 비슷한 이야기만 쥐어짜 낼 예감이 들었습니다. 제 배터리를 채우고, 즐거운 이야기를 채워서 가져올게요. 블로그에는 종종 날것같은 일상 기록들을 올리려 합니다. 저희는 내년에 만나요.
11월 초에 사연을 보내주신 독자님이 계세요. 독자님께는 따로 답장을 보내드릴게요. 기회가 된다면 이 답장을 보여드릴 날도 있길 바라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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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밑줄일기는 어땠나요?
좋았던 점, 아쉬웠던 점, 소감도 좋고, 받고싶은 편지 주제가 있다면 남겨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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