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x커피 아시나요? 얼마전에 사두었는데 꽤 입맛에 잘 맞더라고요. 커피 한 잔 마실 때마다 오늘 제 기분이 +1점이 되었어요."
이번 주 체크인 시간에 이런 말을 했습니다. 출근 직후 자기 컨디션을 1부터 10점까지를 기준으로 이야기합니다. 가만 보면 저는 커피가 맛있으면 기분이 좋아집니다('체크인'에 대한 이야기는 작년 퍼블리
기고글에도 썼습니다).
커피 마시기 시작한지 오래되니 아메리카노가 가장 좋습니다. 여전히 원두 이름이 어려워 외우지 못하지만, 드립보다는 에스프레소가 입에 잘 맞아요. 산미 있는 커피보다 고소하고 진한 커피를 좋아합니다. 아침마다 커피를 마시는 시간도 좋아해요. 작년에 회사 출근할 때마다 아침 9시가 되면 참새 방앗간 가듯 사내 카페를 가곤 했어요. 아침에 커피 안 마시면 허전합니다.
지난가을에 회사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다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평일에 마시는 커피는 하루를 나기 위한 전투 카페인이요, 주말에 카페에 앉아서 느긋하게 마시는 게 진짜 커피라는 말이 있지. 그런데, 이 커피는 진짜 커피 아닌가?"
결국 그날 아침 마셨던 커피가 결국 전투 카페인이긴 되어주긴 했어요. 바로 자리에 돌아가서 바빴던 일을 해치웠으니까요. 저만 그런 건 아닌지, 평일 출근길 혹은 점심시간에 사무실 근처 카페들엔 사람이 어쩜 이다지도 많을까요. 모두들 꾸역꾸역 줄을 기다려 커피를 받아 가죠. 바리스타도, 손님들도 바쁜 마음일 거예요.
주말 카페에 앉아 느긋하게 마시는 커피, 저한테도 참 소중합니다. 카페 찾아다니는 취미가 있는지라 참 즐거워요. 그래도 "진짜 커피"가 아니라고 하기엔 평일에 제가 마시는 커피들한테 좀 미안해요. 사실 저희 회사 커피, 꽤 맛있거든요. 그리고 이번에 산 스틱 커피도 꽤 괜찮고요. 커피 맛을 못 느끼는 건 순전히 바빴던 내 마음때문이였을까요.
혹시 우리는 주말만 기다리느라 평일을 놓치는 게 아닐까, 김신지 작가가 쓴 평일도 인생이니까,라는 에세이를 읽었을 때 처음 했던 생각입니다. 사실 제목을 처음 읽었을때부터 감탄했습니다. 보통 우리는 주말을 손꼽아 기다리고, 월요일이 되면 억울하다 느끼곤 하죠. 저도 일요일 오후 일곱시 즈음부터 기분이 매우 안 좋거든요. 내일도 정신없이 하루가 지나가겠죠. 회사를 떼어두면 무엇이 남았나 싶게 단조로운 삶일지도 모르죠. 그렇지만 평일도 소중히 기억하자는 주제의식이 참 좋았습니다.
지난 평일에 있었던 좋은 일을 떠올려 볼까요. 점심시간에 샌드위치를 사러 이십 분 남짓 걸어갔다가 냉큼 와인을 사들고 왔어요. 그때 들었던 팟캐스트 에피소드가 참 좋았어요. 재택하면서 스틱커피 여러 종류를 이리저리 골라 마셔보곤 하는데, 새로 맛본 커피가 맛있어서 몇 잔이고 마셨어요. 남편과 늦은 밤 산책하다 마트에 들러 장을 보았어요. 장을 보고 돌아오는 길에 본 강아지가 참 귀여웠습니다.
고된 한 주를 보상해 주는 특별한 이벤트를 사랑합니다. 감탄 나오게 맛있는 디저트를 먹으면 즐겁고, 좋은 사람들과 마시는 와인 한 잔도 특별하죠. 하지만, 월요일 오전 출근 시작 전 졸린 저를 깨워주는 커피도 여전히 사랑합니다. 이제부터 오전에 일어나서 커피를 마실 땐, 딱 일 초라도 좋으니, 이 커피 참 맛있네. 하고 생각할 수 있길 바라봅니다. 물론 월요일 오전 시간은 참 사랑하기 힘들지만요.
-2월 5일,
디카페인 커피를 두 잔째 마시며,
소얀 드림
*예전에 써두었던 포스팅을 조금 수정했습니다. 다시 쓰다보니 커피 이야기가 엄청 길어졌네요. 진짜 좋아하는게 맞나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