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아요, 설령 결말을 다 안다 해도, 그때로 돌아가면 같은 선택을 할 거에요. 그 선택을 내린 사람은 결국 나라서 말이죠."
이번주 오랜만에 사무실에서 만난 동료와 차를 마시다 한 이야기였습니다. 어쩌다 이야기 주제가 선택으로 흘러갔거든요.
오랫동안 후회했던 선택이 있습니다. 커리어 초반에 내렸던 결정들인데요, 첫 회사가 잘 안 맞았고, 2년을 버티다가 도피하듯이 그만뒀어요. 다시 기획자로 취업하기까지 보냈던 2년 반까지 합치면, 4년 반 남짓한 시간을 완전히 낭비했다 생각하고 있었어요. 은근히 마음속에서 꿈꿨습니다. 좋은 결정을 내렸던 평행 우주를요.
하지만 이젠 첫 회사 입사 후 10년이 다 되어갑니다. 믿기지 않지만 이제 사회생활 10년차, 기획자 6년차인데요. 이 쯤 되고 나면 어디 가서 그 결정을 곱씹고 있다고 말하는게 더 없어보입니다.
작년 즈음에야 받아들였어요. 지금 내가 그 때 내렸던 선택을 만회하기 위해 고군분투했던 시간도, 커리어에 새겨진 굴곡이라 생각했던 일도 이제는 내 경험이 된 거라고. 아마 다시 그 때로 가도 비슷한 선택을 했을거라고. 현실을 받아들이는데 거의 10년이 걸린 셈입니다.
살면서 우리는 참 많이 선택해야 하지만, 그 선택이 다 좋은 결과를 가져다주긴 어렵습니다. 어떤 선택은 근사할 수도 있지만, 어떤 선택의 결과는 꽝일수도 있습니다. 식당에서 망설이다 고른 메뉴 정도라면 모르겠지만, 꽤 큰 선택이었다면 타격이 생겼을지도 모르죠.
예전부터 어렴풋이 생각하고 있었던 주제지만, 아직도 내가 내린 선택이 옳은가 영 자신이 없어서 이 이야기를 하고 싶지 않았어요. 그런데 지난 여둘톡 팟캐스트를 들으며 생각을 정리할 수 있었어요. 더 나았을지도 모르는 선택지를 찾아 헤매느라 두려워하지 않고 결정을 하면 잘 실행하려고 노력할 것. 완전히 만회하지 못하는 선택을 했다고, 예전에 내린 잘못된 선택에 너무 자책하지 말자고.
이번주에 보내드리는 문장은 이런 마음으로 골라보았어요. 앞의 두 문장은
여둘톡 44화에서 가져왔습니다. 다른 부분도 좋으니, 가만히 들어보시는 걸 추천해요. 세 번째 문장과 네 번째 문장은 각각 예전에 읽었던 책에서 가져왔습니다. 세 번째 문장은 단단한 삶이라는 책에서 들고 왔어요. 선택지가 닫혔다고 생각하면 결정을 내릴때 초조해지잖아요. 조금 가볍게 생각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골라보았습니다. 네 번째 문장은 문장줍기 초기(
8호)에 소개했던 책에서 들고 왔어요. 편지 초반 이야기를 쓰다 생각났네요.
-2월 12일,
오늘 내린 선택을 최선으로 만들고 싶은
소얀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