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 오랜만입니다. 찬바람이 불면 돌아오겠다 했는데 어영부영 시간을 보내버렸네요. 사실 11월 점등된 트리를 봤을 때 여러분들께 편지를 썼었답니다. 올해는 잘 지내냐는 말이 버거워 안부 인사를 묻기 싫었다고, 그래도 크리스마스트리를 보니 누군가에게 인사를 건네고 싶었다고요. 그러니, 앞으로 누군가에게 안부를 전할 땐 보고 싶다고 담백하게 말해야겠다고 말이죠.
결국 그 편지는 보내지 못했습니다. 크리스마스에는 보내야지, 연말에는 보내야지, 그러다 24년의 첫 하루가 지나기 전엔 진짜 보내야지. 오늘도 안 쓰면 설까지도 안 보낼 게 눈에 불 보듯 뻔하기에, 눈을 질끈 감고 책상 앞에 앉아 새로 편지를 써 봅니다.
2023년도 마지막 날, 어떻게 보내셨었나요. 저는 촛불을 바라보며 남편과 올해를 보내는 소회를 나눴습니다. 원래 케이크도 한 조각 먹고 이후 서로에게 응원 어린 말을 담은 편지도 주고받으려고 했어요. 그건 못 했습니다. 촛불에 대고 내년 소원은 빌지 않았어요. 대신 올해 나쁜 기억은 다 불태워야겠다 생각했습니다.
연초 수술, 5월에 불거진 회사의 위기, 사업부 해체, 면접, 탈락, 면접, 또 탈락, 그래도 면접, 겨우 받은 합격 목걸이, 아쉬운 인사를 나누며 헤어진 팀원들, 퇴사, 입사, 수습 기간, 아주 길고 긴 감기, 그리고 올해 저를 괴롭혔던 각종 염증들. 인류애가 사라지는 여러 순간들을 겪으며, 저는 환멸감, 분노, 불안함, 미안함, 허무함 등 온갖 부정적인 감정에 시달렸습니다. 그런 건 생각할 겨를도 없이 골골거린 날들도 많았고요.
우리 올해 삼재인가요? 그 시기를 함께 건너갔던 동갑내기 팀원과 종종 이런 말을 나누곤 했습니다. 작년 여러분들 한 해는 어땠나요. 저처럼 녹록지 않은 시간을 보내셨다면 나쁜 기억은 흘려보내시고, 어느덧 다가온 올해를 힘껏 시작하길 바라봅니다. 오늘 고른 문장들은 그런 마음으로 골라 보았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