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필이지만 다이어리를 쓰는 마음 밑줄일기
-월요일 출근길을 앞둔 당신에게 드리는 사소한 편지 |
|
|
다들 올 한 해는 어떻게 시작하셨나요? 연말에 다른 분들이 그러하듯, 저도 들뜬 마음으로 24년도 다이어리를 마련해 두었습니다.
그렇지만 성실한 기록가는 아닙니다. '다이어리 꾸미기'를 잘 하는 사람이긴커녕 악필이고요. 칼같이 스케줄과 할 일을 관리하는 사람은 아닙니다. 게다가 중간에 빈칸도 많지요. 어차피 안 쓰겠거니 싶어 다이어리를 사지 않았던 해도 많습니다.
그럼에도 제가 올해 다이어리를 또 산 마음은, 나중에 잊어버릴 오늘을 기억할 단서를 남기고 싶어서입니다. 다이어리에 뭐라도 쓰는 걸 좋아합니다. 연휴가 있는 달도 챙겨 보았다가, 다음 달 약속도 끄적였다가, 매일 먹은 식단도 써 보다가 위에 안 좋은 음식은 빨간 줄을 쳐두기도 하다가, 기억하고 싶은 구절이 있으면 다이어리 한편에 써두는 것도 좋습니다.
사실 매일의 일상이 의미있기가 오히려 더 힘들지 않나요. 출근했다가, 지친 몸을 이끌고 와 유튜브만 보다가 쓰러져 자는 날도 많습니다. 그래서 뭐하다 이번 주가, 이번 달이 가버렸나 싶어 화들짝 놀라곤 합니다.
그렇기에 그 당시를 떠올릴 수 있는 한 문장, 아니 한 단어라도 써둔다면 더듬더듬 그 당시 어떻게 보냈는지 기억해낼 수 있길 바랍니다. 영 별로인 하루라도, 기억이 아예 안 나는 건 더 싫으니까요.
이렇게 말하는 저도 정작 이번 주말 다이어리는 써두지 못했는데요, 뭘 잘못 먹었는지 속이 아파 다이어리를 쓰기는 커녕 이 편지도 지각했거든요. 월요일 밤, 뒤늦은 마감을 끝낸 뒤엔 써보려 합니다. 사흘 전까지는 그런대로 기억할 수 있으니까요.
-월요일 대신 화요일 출근길을 기약하며,
소얀 드림
PS. 첫 번째 문장으로 다이어리를 소개하는 멋진 카피를 골라보았는데, 정작 올해 제 다이어리는 스타벅스 다이어리랍니다. 왜 더 좋은 다이어리는 나중에야 눈에 띌까요?
|
|
|
첫 번째 문장
- 언젠가의 나를 설명할 하루하루의 겹
- 종이 위에 겹겹이 쌓인 나의 시간은 고유한 이야기가 됩니다
|
|
|
두 번째 문장
오늘을 잘못 쓴 메모처럼 아무렇게나 구겨 휴지통에 버리지 말고, 잠들기 전 5분 만이라도 시간의 틈새를 펼쳐 들여다 보라고. 평범한 일상이 평범하게 유지되기까지 내가 어떻게 애쓰고 있는 지. 그런 나 자신이 얼마나 대견한 건지, 똑같다고 여긴 하루 하루 속에 얼마나 다채로운 기쁨과 슬픔이 숨어 있는지….
-출처: 김신지, 기록하기로 했습니다
|
|
|
세 번째 문장
매일 쓰는 사람이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조금이라도 나은 사람이 될 가능성이 있다면, 훗날 돌아볼 기록이 과거를 반성하게 해주어서가 아니라 현재에서 나와 마주앉는 시간을 꾸준히 보내기 때문일거에요.
-출처: 김신지, 기록하기로 했습니다
|
|
|
독자님이 건네준 문장
지난주 저를 열렬히 맞아주신 분들이 많아 기쁜 마음이었습니다. 한 분 한 분 메시지를 소중히 읽었습니다. 다들 녹록잖은 한 해를 보내셨더라고요. 제 편지를 기다리며 계속 반복하셨다는 말도, 밑줄일기만을 위한 사서함을 만들어단 말도 참 반가웠습니다. 오늘은 그 중 제게 나눠주신 문장을 위주로 소개할게요.
|
|
|
(...) 저는 '우발과패턴'이라는 책을 좋아하는데요. 쉽게 말하면 숲에 작은 불이 자주 나면 큰 불이 일어날 확률이 적어지고, 불이 일어나지 않으면 확률이 올라가는 이야기입니다. 불은 일어나기 마련이지만, 불의 크고 작음이 서로 영향을 준다는 것이지요. 그리고 그것이 우리에게도 마찬가지고요.
그래서 저는 어떤 불행이 일어날 때마다, 한동안은 불이 일어나지 않겠구나, 혹은 이 불행이 내 다음 불행을 줄여주겠구나 생각합니다. 결국 불은 잠재워지고, 거기 남은 잿더미들은 숲을 더 건강하게 만드는 영양분이 될 것이라고요. 소얀님에게 일어난 일들도 분명 그러하리라 믿고 싶네요.
(...) "오늘은 오늘의 파도를 헤쳐가면 된다."는, 민바람 작가의 <낱말의 장면들>의 한 구절도 생각났어요(기억에 의존해서 쓴 것이라 문장은 정확하지 않아요). 저는 책을 읽으며 오늘의 파도를 헤쳐가야겠다고, 어제의 파도도 내일의 파도도 아닌 오늘의 파도만 생각하며 살아가야겠다고 다짐했어요. 지난해의 격랑을 힘겹게 넘기셨을 텐데, 새해의 파도가 조금은 잠잠하기를, 하지만 어떤 파도라도 유연하게 올라타시길 바랍니다. 저도 저의 파도를 잘 넘겠습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 적어주신 세번 째 문장의 '자신에게 친절하시길'이라는 문장을 여러번 곱씹어 읽어봤네요. 그래서 2023년에 힘들었던 건 2023년에 내려두고 2024년은 새로운 마음으로 새로운 도전을 하기로 했습니다! 2024년엔 제 자신에게 다정한 사람이 되기 그게 제 유일한 목표입니다! 모두 가장 본인에게 다정한 한 해 되시기 바라요, 소얀님도요 :D
|
|
|
오늘의 밑줄일기는 어땠나요?
-보내주신 글과 사연을 보며 출근길에 위로를 받는답니다.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