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끄러운 편지로나마 해보는 결심 밑줄일기
-월요일 아침 출근길을 앞둔 당신에게 드리는 사소한 편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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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편지는 마감이 참 힘듭니다. 머릿속으로 전하고 싶은 메시지와 문장을 골랐지만, 도저히 편지글은 쓸 수가 없었습니다. 분명 1월 초니까 매일 꾸준히 잘 살아봅시다, 매일 좋은 삶을 살기 위해 노력해 보자, 라는 글을 써야겠다고 결심했는데, 양심상 그런 글을 쓸 수 있나 영 부끄러웠습니다.
이번 주 저는 그저 출근했다 돌아와 쓰러지기 바빴습니다. 탄산과 커피를 참지 못하고 마셨고, 저녁마다 계란과자도 신나게 먹었습니다. 역류성 후두염이 만성이라 조심해야 하는데 말이죠. 진짜 안 다이어리 습관 트래킹 항목에 뿌듯하게 채울 만한 게 없더라고요. 이런 주제에 꾸준히 해나가면 잘 살수 있다고 주장하는 게 가당키나 한가 싶었습니다.
그런 생각 때문에 열한시까지 편지를 쓰는 걸 피하다가 깜빡 잠이 들었어요. 새벽에 일어나 다르게 복기해봅니다. 그렇게 피곤한데도 지난주 꾸준히 성실하게 일했고, 운동은 못 했지만 그래도 잘 자려고 노력했고 뉴스레터를 지금이라도 쓰려고 일어나 앉아 있었으니 길게 보면 꾸준히 좋은 방향으로 살아간 걸까, 기준치를 조금 낮춰서 생각합니다.
내일부터, 아니 새벽이 되었으니 오늘부터 또 모른척 다시 시작해야겠어요. 하루가 빠져도, 아니 지난주는 영 망했어도 지금부터 다시 해보자고 말이죠. 혹시나 저처럼 지난 주의 '밀도가 높지 않아' 마음에 들지 않았던 분이 계신가요? 그래도 오늘부터는, 오늘만큼은 우리 또다시 힘든 '언덕을 오르며' 괜찮은 '존재가 되어갑시다'. 저는 일단 마저 자고 내일 아침 출근을 해내보겠습니다.
-1월 15일,
소얀 드림
PS. 왠지 오늘 고른 문장들이 제 자기합리화에 이용당한 것 같아 마지막 문단에 이번주 문장들을 조금씩 변형해 써 보았습니다. 편지를 쓰는 마지막 양심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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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문장
우리가 삶에 안착하기 위해서는, 결국 어느 시점엔가는 '그만두고 싶은' 마음을 이겨내야 한다. 요즘 나는 결혼, 육아, 일, 운동, 글쓰기, 독서 등 모든 것이 꼭 그와 같다는 걸 느낀다. 이겨내고 나면, 삶이 펼쳐진다. 삶에서 어떤 언덕은 반드시 올라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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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번째 문장
인간은 완성의 존재가 아니라 ‘되어가는 존재’이므로, 좋은 삶이란 상태가 아닌 과정이며,
목적이 아닌 방향을 의미한다.
-칼 로저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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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님이 보내준 답장
회사일은 그렇게 열심히 기록하고, 챙기려고 애썼는데 정작 제 자신에 대한 기록이 없더라구요 제 감정, 제 상황을 기록하지 않으니 객관적으로 저의 상태가 어떤지 바라볼 수 없었고, 스스로한테 '다른 사람들은 다 하는데 왜 넌 못해?' 하며 채찍질만 하고 있었다는 걸 깨달았어요. (...) 알쓸인잡이라는 프로의 김영하 작가님과 천문학 박사님이 하신말을 봤는데요, "일기는 생존을 위해 쓰는 거다"라고 말씀하시면서 일기를 쓰면서 문법에 맞춰 글을 쓰는 행위가 논리적인 사고를 하면서 쓰는 거라 객관적으로 본인을 볼 수 있대요. 그러면서 내 상태가 어떻구나. 하면서 알 수 있는 거구요.
매일 다이어리를 쓰진 않지만 특히나 힘들거나 슬플때, 기억에 남는 좋은 일이 있을 때는 간략하게라도 쓰곤 해요. 그러면서 가장 중요하게 깨달은 건 나는 나를 사랑해주지 않는다. 였어서 올해는 저를 가장 우선시하고, 아껴주고, 사랑해주는 한해를 보내려구요. 남들한테만 다정했지. 저한테는 다정하지 못해서 너무 미안했다. 올해는 저를 더 잘 챙기고 싶어요.
이 레터를 보내주신 이는 어떠신가요? 그리고 자신을 사랑하는 방법이 있으신가요? 그렇다면 어떤 방법으로 자신을 사랑하시나요?
깜빡 잠이 들어 편지를 늦게 마감한 게 독자님의 멋진 답장을 보라고 그랬나 봅니다. 말씀하신데로 글로 내 마음을 풀다보면 한 발짝 떨어져서볼 수 있더라고요. 너무 큰 일 한복판에 있으면 차마 정의내리지 못하고 덮어둘 때도 있습니다. 뒤돌아보지 못하고 덮어두지만, 언젠가 꺼내보려 합니다.
독자님이 스스로를 잘 챙기는 다정한 방법을 물어보셨죠. 올해 모토는 아직 말로 잘 정리가 되지 않아요. 이건 다음 편지에 정리해 써볼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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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밑줄일기는 어땠나요?
-편지를 읽은 소감, 제보하고 싶은 문장, 사는 이야기를 건네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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