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배추꽈리고추볶음, 양배추찜과 두부강된장, 총각김치찌개, 겨울 양배추를 넣고 푹 끓이는 포토푀 수프, 감자를 채칼로 썰어 바삭하게 굽는 감자채전, 방울토마토에 올리브유 휘휘 두르고 계란 톡 깨서 전자렌지에 돌리면 만들어지는 스프, 훈제연어를 곁들인 당근 라페 오픈 샌드위치, 그리고 잡곡밥.
주말 동안 했던 요리입니다. 다 못 먹어도 냉장고에 넣어두고 다음 끼니도 만들어 먹은 적도 있었고, 한 번에 요리 세 개를 만든 적도 있습니다. 평소보다 요리를 많이 하고 있습니다. 왜 그런가 생각해보니, 지난주에 유난히 요리 숏폼 콘텐츠를 많이 봤기 때문이었어요.
그나마 요리 영상인건 다행이다 싶기도 해요. 사실 작년 가을부터 지지난주까지, 오랫동안 유튜브를 지나치게 오래, 많이 봤었습니다. 연말에는 안 보던 쇼츠가 알고리즘에 뜨더니 안 보고 싶어도 멍하니 유튜브만 보는 순간이 길어졌어요. 이 주 정도 그렇게 고통받다가 도둑맞은 집중력이라는 책을 읽었습니다. 태블릿을 팔고, 모바일로 자꾸 쇼츠를 보길래 유튜브 앱도 지웠습니다. 그 이후 집안이 종종 조용한데요, 그 침묵이 너무 좋습니다. 근데 슬슬 제 관심의 불똥이 인스타그램 릴스로 튀어버렸나 봅니다. 그랬더니 저한테 요리를 엄청 시키고 있네요.
지금 내게 든 생각의 근원을 따라가다보면 지난주 SNS 포스팅이나 영상에 맞닿을 때가 있습니다. 조금 다른 맥락이지만, 일상에 중요한 것만 남기는 힘(최다혜)에 나오는 일상의 리트머스지라는 말이 떠올랐습니다. 저는 매일 읽고 쓰거나, 다정하게 남편과 인사를 건네지 않는 걸 리트머스지로 삼아야 할까요. 아니면 오늘 본 좋은 글귀가 제 행동에 좋은 영향을 주길 바라야 할까요. 다음주에도 요리를 하다 지쳐 쓰러지지 않으려면, 이젠 인스타그램도 지워봐야겠습니다.
PS. 그래도 오랜만에 어디선가 캡처한 문장이 아니라, 진짜 제가 읽었던 책을 소개할 수 있어서 좋네요. 어쩌면 제가 밑줄일기를 오랫동안 휴재했던 까닭은 유튜브 쇼츠 탓이었는지도 모르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