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오랜만입니다. 유월달에는 자주 배가 아프고 피곤해 손 하나 까딱못하는 시간이 많았습니다. 유월의 마지막마저 가만히 누워 흘려보낼뻔 하다가, 짧은 글을 쓸 수 있었어요.
벌써 상반기를 지나 하반기를 향하는 지금, 아쉬운 점이 많았던 상반기였습니다. 어쩌면 지금 써내려가는 이 글로 마음속 아쉬움을 달래봅니다.
토스트 아웃, 이라는 말 들어봤어요? 너무 타버려서 아무것도 못하는 건 번아웃, 힘들지만 겨우 현생을 살 수 있는 건 토스트아웃이래요. 그 말 들으니 소얀님이 생각나서요. 우린 지금 토스트아웃 상태인가봐요.
나란히 이직해 이제는 서로 다른 곳에서 일하는 직장 동료와 주고받은 이야기다. 그가 말한데로, 지금 나는 파드득, 타버린 건 아니지만 바삭바삭하게 그을어버린 마음 위 검댕이 걷히지 않았던 상태같다.
운동을 안 간지 한 달, 그리고 글을 안 쓴지는 두 달, 책이 안 읽힌 것은 거의 세 달. 2분기 동안 계속 삶이 엉망이다, 라는 생각을 하곤 했다. 해결되지 않는 문제도 있었고, 해결할 수 있는 문제지만 손하나 까딱하기엔 지쳤던 적도 있었다.(...)
그러던 중 잊고있던 마감이 생각났다. 글쓰기 모임에 원고를 어떻게든 가져갔어야 했다. 후다닥 쪽글이라도 쓰고 나니 마음이 조금 차분해졌다.
해본 김에 조금만 더 움직여볼까, 싶어 모임을 끝내고 집을 나서보았다. 도서관에서 책을 빌리고, 십 분 정도 걸어 한 달만에 헬스장에 가서 운동을 했다. 평소 들던 무게의 반도 못 드는게 아쉬웠지만 그래도 조금이라도 몸을 움직이니 기분이 좋아졌다. 가볍게 저녁에 요리를 하고 남편과 산책을 했다. 조금은 활기가 솟는 느낌이었다.
어렸을때 토스트가 타버리면 그 검댕을 박박 긁어내곤 먹곤 했다. 탄 식빵이더라도, 아랫부분은 그래도 틀림없이 맛있으니까. 마음에 달라붙은 바삭바삭한 검댕을 털어내면 괜찮을 부분을 찾아낼 수 있을까. 오늘 조금이나마 그 검댕을 털어낼 수 있었다. 조금씩만 없애버린다 생각해봐야지. 아주 조금씩만.
그럼에도 몇몇 자발성으로부터 시작한 삶의 회복, 인간성의 회복에 동의하는 분들이 있다면, 오늘 하루에서 ‘자발성 찾기’를 연습해 보면 어떨까 합니다. 누군가에게는 사랑이, 누군가에게는 놀이가, 누군가에게는 글쓰기가, 누군가에게는 등산이, 삶을 회복되는 ‘시작’이 될 수 있을 테죠.
“자발적 활동으로 자아를 실현하고 이를 통해 세상과 관계를 맺는 개인은 더 이상 고립된 원자가 아니다. 그와 세상은 질서정연한 전체의 부분이 되고, 그는 세상에서 자신에게 맞는 자리를 얻게 되며, 그럼으로써 자신과 삶의 의미에 대한 회의도 사라질 것이다..”_84p
내 삶에 대한 영향력 행사를 지속하는 방법들은 굳이 그 스케일이 크지 않아도 된다. 핵심은 다른 누구도 아닌 ‘내가’ 내 삶의 핸들을 쥐고 있다는 느낌을 갖는 것인데 다행히도 이는 작은 실천으로도 가능하다.
오늘은 어제와는 조금 다른 하루를 보낼 것이라는 다짐. 예컨대 “어제까지 계속 집에만 있었는데 오늘은 외출을 할 것이다. 오늘은 한 시간 정도 몸을 움직여 산책을 하겠다. 오늘은 대충 먹지 않고 오랜만에 요리를 해 볼 것이다. 간만에 청소를 해보자.” 같은 다짐과 그에 맞는 작은 활동들로도 충분하다. 오랜만에 내 삶의 주인이 되어 내가 원하는대로 하루 또는 몇 시간을 보냈다면 그 느낌이 어땠는지 머리 속에 잘 기억해보도록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