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발견해주지 않는다면 슬프겠지만 그래도 혹시나 내가 고친 오탈자 하나 덕으로 자료 하나가 더 발굴되는거라면 혹시나 기쁜 일이겠다 그렇게라도 나는 의미를 만들어야 살아갈 수 있다
지지난주 업무시간에 갈겨쓴 메모를 읽으니 뭔 의미 부여의 달인인가 싶더라고요. 이 메모에서 오늘 편지가 출발했습니다.
이젠 아무리 해도 이 일에서 의미를 찾을 수 없을 땐 그저 지금 이 순간에서 이 일에서 뭐 하나라도 건질게 있겠지 상상해보려 한다. 어떤 때는 새로 알게 된 규칙이 있어 신기하기도 하고, 시사 상식이 쌓여서 좋다고 생각하고(그렇게 은 투자했다 좀 손절한건 안 비밀이다). 몰랐던 옆 팀 사람과 대화를 나눠서 좋기도 하고, 미로같은 서고 한가운데서 자료를 찾으면 방탈출 한번 하고 온 느낌이 있어서 좋고. 하다못해 엑셀 함수 하나 익혀서 좋다고 생각하기도 하고. 그래서 기왕이면 이번주 배운 걸 적어두기도 한다.
다만 이렇게 의미부여를 할 때는 지나치게 과몰입하지 말고, 필요할 땐 산뜻하게 손을 털고 돌아서거나, 멀리서 업무를 조영할 수 있는 시각도 함께 탑재해야 한다. 일을 마무리하는게 중요한데, 다른 데 몰두하느라 시간을 잡아먹는 것도 낭비니까. 진짜로 의미가 없는 일이라 좀 슬퍼진다면? 3년쯤 묵혀놨다 잊어버릴 때 즈음 이렇게 에세이 주제로 써먹으면 그걸로 쓸모를 다했다 생각해야겠다.
시간이 흘러 일의 바깥에 내 좌표를 놓고 나서야, 그 일이 세상의 다른 모든 일과 그리 다르지 않을 만큼의 의미와 무게로, 어떤 과장이나 비하도 없이 모습을 드러내는 것 같았다. 아주 대단하지도, 그렇다고 하찮지도 않으며, 어떤 구석은 재미있고 좋으며, 어떤 구석은 짜증스럽고 부끄럽기도 한 그런 일로. 그 일 은 더 나은 배치 안에 있었더라면 더 좋을 수도 있었 던 일이지만, 나쁜 조건이 추가되었더라면 더 나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