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무실 자리에 있는 클립보드엔 제가 받은 소중한 스티커가 붙어있습니다. 성실왕, 다정왕, 미소천사인데요. 제 추구미는 다정하고 성실한 사람, 이란 생각도 드네요. 추구미라는 이야기는 그러지 못할 때도 많으니 하는 말이겠죠. 오늘 편지는 그럼에도 다정하고 싶은 마음을 담아 보냅니다.
나는 지난주 뉴스레터에서 "가면을 쓰고 쓰다보면 결국 내가 될까"라는 글을 덧붙이며, 마지막까지 벗겨지지 않을 위선의 가면을 마음을 담아낸 김혼비 작가의 문장을 보냈다. 그건 성실함과 다정함이 갖는 가치를 종종 잊고 사는 내 자신에게 해주는 말이었다.
(....) 그리고 대부분 이 화살은 가장 가까운 사람에게 향할 때가 많다. 그러니까 0촌, 남편이 이 짜증을 다 듣는단 이야기다. 남편은 우스개소리로 너는 배고플 때, 더울 때, 피곤할 때 다른 사람이 되는 것 같다고 말하곤 한다.
어쩌면 그건 다른 사람이 아니라 내가 가면을 쓰고 감춰둔 본성이 약해진 체력을 틈타 악을 쓰고 비집고 나오는지도 모르겠다. 그러니까 다정도 체력에서 나온다는 말이 확실히 맞는듯 하고, 어쩌면 위선이란 가면을 써야 겨우 인간다워지는 것 같기도 하다. 어쩌면 성실하고 다정한 사람이 되고싶은 것도 나를 챙겨야 겨우 가능할지 모르니까.
*20년도에 보내드린 편지에 소개드린 문장입니다. 요즘 몸이 축난 상황이라, 쉽게 짜증이 나네요. 운동 가야겠습니다.
두 번째 문장
꿈과 멀어지고 원하지 않는 것들에 치여 사는 것이 현실이자 일상이라면, 그 안에서 살아가는 사람이란 대부분 계란으로 바위치기 선수들인 셈이기 때문이다. 냉정하게 말하면 우리의 하루는, 인간의 일생은 원하지 않는 안 그런 척 하지만, 사실 저마다 하루하루 어찌어찌 비틀비틀 꾸역꾸역 살아낸다고도 할 수 있다. 서로 괜찮은 척을 하지만, 모두 괜찮지 않다는 사실을 알기에, 서로 적당히 모른 척을 해준다. 이것은 그저 남에게 잘 보이려고 하는, 남을 속이려고 하는 척은 아닐 테다. 이렇게 서로 괜찮은 척 하는 일종의 배려와 뚜벅뚜벅 걸어가는 모래공들을 겹쳐 바라보면 끊임없이 밀려오는 파도에 몸을 맡겨야 하는 삶의 무모함 속에서도 함께 부서져버리는 무모한 연대의 반짝임을 확인할 수 있다.
이번주 일하다 읽게 된 잡지의 문장입니다. 시간이 없었는데 이 글은 찬찬히 읽어봤어요. 전문이 참 좋더라고요.
세 번째 문장
다른 사람이 올린 릴스도 2초 만에 스크롤 해버리는 세상에서, 여기까지 읽은 당신은 도대체 얼마나 다정한 사람인지 모르겠습니다. 타인의 글을 마지막까지 읽어 내려가는 스스로를 영원히 사랑하고 아끼시기 바랍니다. 그 다정한 마음이 구체적으로 궁금해서 질문을 드리고 싶어요. 당신은 어떤 마음으로 다른 여성의 목소리를 읽어 내려가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