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정리정돈하는 릴스를 좋아했는데요, 어떤 문제가 몇 분안에 말끔하게 해결되는 모습을 대리만족하듯 보고 있지 않았나 싶습니다. 오늘은 그에 대한 마음을 다룬 편지입니다.
어쩌면 나는 머릿속에 엉킨 생각들을 정리하고 싶어서 그 릴스들을 대리만족하듯이 보고 있지 않나 싶다. 누군가 엉켜버린 삶을, 정돈되지 않는 문제들을 몇 분 만에 명쾌하게 풀어주길 바라며.
나이가 들면서 길고 지난하거나, 정돈되지 않고 혼란스러운 일이 더 많아졌다. 내가 발벗고 나서면 해결되는 문제는 없었다. 오히려 나를 둘러싼 상황이 쉽사리 바뀌지 않는 경우가 있었다. 10월 말까지 시간을 쪼개어 틈틈히 수정해야 할 3000개의 데이터. 언제, 얼마로 날아올지 모를 세금고지서. 언제 나빠질지 몰라 불안한 엄마의 몸 상태, 혹시나 바뀔지도 모르는 업무분장, 이사하고 싶어 갈아타기를 하려면 예산 확정이 되어야 하는데 시점도 금액도 확정짓기 어려운 지금 내 상황.
(...)
릴스를 보며 누가 내 삶을 좀 정리해주면 좋겠다 생각하니까, 결국 답을 줄 수 있는 건 남이 아닌 나니까. 이러니 저러니 해도 내 삶을 구해줄 전문가는 결국 내가 될 수 밖에 없을 듯하다. 너무 쉬운 해결책을 찾아 자아를 의탁해버리면 삐끗하기 딱 좋은 계절일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