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체적으로 따뜻하고 다정한 이야기
제가 보기 드물게 어떤 책만을 읽고 문장을 구성하는 경우가 있는데요, 정말 오랜만에 (1년만일까요?) 책으로 구성된 문장을 가져왔습니다. 이번 호는 하니니 작가님의 24계절의 우리, 에서 가져왔습니다. 꼭 여섯 해를 연애하고 결혼한 지 6년차를 맞은 부부의 이야기를 아내의 시점에서 풀어낸 독립출판물입니다.
이걸 읽었던 평일 오전이 드물게 행복해서 그날의 순간을 기록으로 남겨두었거든요. 저를 행복하게 한 문장들을 여러분들에게도 공유드립니다. 따뜻한 유자차, 혹은 라떼를 마시는 기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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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로썬 내가 아는 행복의 모습은 174.5센티 남자의 모습을 띠고 있어요. 나는 그것을 만지고 아껴줄 수 있어요. 틈나는 대로 꼬집고 꿀밤을 먹일 수도 있고요.
나의 행복은 보통 화를 내지 않고 늘 평온 한 모습으로 무거운 택배를 옮겨주기 위해 달려오거나 내가 힘들 날 을 먼저 알아차리고 마중 나오기도 해요.
-88p, 생명의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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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었을 때가 병원 검진을 기다리면서 카페에 있었던 때였는데, 딱 저 구절을 찍어서 남편에게 보냈습니다. 제 방식으로 조금 바꾸자면 아래와 같겠네요. 평소 일상은 로맨틱 코미디보다는 시트콤 같다 생각하는데 이렇게 바꿔놓고 보니 달달함이 치사량이군요.
나의 행복은 서로 가장 어이없는 일로 투닥거리고 나를 위해 책상 위 전선을 케이블 타이를 감아주고 의기양양해하는 모습이에요. 점심시간에 샌드위치 배달을 가 주는 사람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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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하루를 성실히 살아낸 대가가 모여 당신의 삶과 소매 끝에 지혜가 물들어 있다. 나는 당신의 작은 마음 구슬을 모아다 꿰어 빼 닮고 싶었다. 당신은 부럽도록 아름다운 사람이야.
-15p, 당신의 마음
세상엔 어쩌면 당신처럼 미처 발견 못 한 보석들이 많을지 몰라. 우리에게 의무가 있다면 숨겨진 많은 보석을 발견해 캐내는 일이겠지.
-16p, 우리의 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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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하루 열심히 살아가는 모습을 이렇게 예쁘고 따뜻하게 긍정 해주는 모습이 기분이 좋았습니다. 당신은 보석이요 당신의 좋은 마음은 구슬과도 같은 사람이다는 칭찬이 참 구체적으로 반짝거리지 않나요. 아래 문장은 다른 의미로 좋았는데요, 당신 같은 좋은 사람을 세상에서 더 많이 찾고 싶다는 것으로 읽혀서 두 사람 사이의 관계만 보는 것이 아니라 외연을 넓히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맞게 해석한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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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잠든 순간에도 머리카락과 손톱이 자라나듯 작은 일상에 성장이 숨어있어. 남들은 몰라줘도 나는 당신 알아봐줄게."
-35p, 직업정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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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톱을 바짝 깎는 편인데, 뒤돌아있으면 손톱이 꽤 빨리 자란 걸 볼 때 시간이 지난걸 실감합니다.
일을 맴돈다는 생각이 들 때가 많습니다. 나는 계속 걷고 있는데 제자리인 느낌이요. 뒤돌아보면 무언가 쌓여있을까요.
비슷하게 보내는 하루도 헛되지 않았다며 작가님이 남편에게 건네는 위로는 이토록 구체적이고 다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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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에게 서로가 없어도 어떻게든 살았겠지만, 우리였을 때의 우리가 훨씬 어울린다. 둘이 둘을 만나 발휘되는 삶을 살자. 지금껏 그랬듯 서로에게 최적화된 모습으로.
-43p, 우리였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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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묘사된 구절에 묘사된데로, 내가 당신이 있어서, 당신이 내가 있어서 더 나아지는가? 그건 잘 모르겠습니다. 저는 남편을 만나서 환불을 더 잘하게 되었고 남편은 저를 만나 표정이 유해졌다고 합니다. 그리고 일단은 둘이 살아서 재밌습니다. 이거면 괜찮을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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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넌 누구나 할 수 없는 걸 하잖아. 네가 일을 하면서도 글쓰기를 놓지 않는 게 멋지다고 느껴.”
(...)
당신의 믿음은 막연한 위로가 아닌 명분이 짙은 ‘참’ 같아서 갑자기 내 행동에 이유가 불끈 생기고 두 발에 명확한 방향이 붙는다.-54p, 믿는 구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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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님은 일을 하면서도 글쓰기를 놓지 않았고, 오랫동안 꾸준히 책을 내왔습니다. 가장 가까운 가족이자 연인인 남편이 이를 지지했기에, 계속 글을 쓸 수 있는 힘을 받았다고 합니다.
중략한 분량에서 그를 얻은 게 공신력있는 선거캠프를 얻은 느낌이요 천군만마를 얻은 것 같다, 라는 구절이있습니다. 든든함이 여기까지 느껴지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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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호 피드백 중 게재를 허락해주신 분들의 이야기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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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가은 감독님의 호호호의 문장을 소개하고 블라인드북에 선정되었어요! 출근하기 싫어 몸부림을 치던 밤에 연락을 받으니 너무 좋아서 문장이 어떻게 소개되었는지 메일을 바로 확인 했어요! (....) 신형철님의 논리로 설명되지 않는 것들이 있다는 문장을 보고 신난 마음을 차분히 가라앉혔어요. 여유없는 와중에도 논리로 뭔가를 이기려 하지 말고 스쳐지나간 마음 중 살펴야 하는 게 없는지 돌아보는 주를 보낼게요! 참! 고수리 작가님 좋아하는데 딱 없는 책을 선물로 받아 기뻤어요! 두 권 다 빠르게 읽게 싶네요!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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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선물할때 최대로 고민하는 점은 "이미 있는 책이면 어떡하지?"싶은 건데 이번엔 좀 적중률이 높으려나 싶어 기분좋았습니다. 책은 잘 도착했을까요? 문장을 조금 줄였는데 생략된 부분에서제 입사 1주년도 많이 축하해주셨는데, 고마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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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라인드북에 어떤 책을 선정하셨는지 궁금해요! 선정하신 이유도 궁금하네요. 어떤 마음이 담긴 책 선물인지 궁금해요~ 기념일에 마음을 나눈다는 것이 너무나 멋지다고 생각해요! 입사 1주년 잘 버티셨어요! 스스로를 충분히 다독여주셔용! 제 마음도 함께 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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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연에 대한 답으로 블라인드북 후기를 썼고, 말미에 역대 리스트가 공개되어있어요. 저는 주로 제가 읽어보고 이 책은 선물할만하다 싶은 책들로 꾸립니다. 이정도면 내가 자신있게 선물해도 좋겠다 싶은 책들이요. 그 중 이전 시즌에 소개되지 않았던 책들로 고릅니다. 이번에는 만 원 미만 책들이 많아 배송료가 아까워 비슷한 테마로 묶을 만한 책 두 권씩을 골랐었어요. 네, 제가 배송료 아낀다고 객단가 높여주는 손님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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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언젠간 아니 조만간 분명 힘들어져서 나 자신을 돌보지 못할 미래의 내가 읽었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소중하고 소중한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오늘 아침에 이 글귀들을 함께 읽으라고 보내주고 싶어요. 흐린 날은 싫어요. 월요일은 더 싫어요. 컨디션이 좋지 않은 오늘 같은 날은 저에게 있어서 최악이나 다름이 없었는데, 우연히 읽은 문장들로 이렇게까지 기분이 평온해지다니요. 저에게 평온한 하루를 보낼 수 있게 해주셔서 고마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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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보낸 메시지가 흐린 월요일을 맞이한 독자님에게, 미래의 독자님에게 그리고 소중한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면 좋겠다 생각했습니다. 저도 월요일엔 일 어떻게 하지? 하며 기분이 좋지 않았던 것 같은데, 제게 긍정과 지지를 보내주어 고마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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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년 반정도 매달 격주로 작성하다 보니까 어느새 위로는 스트레스가 되어 있었고, 매일 같은 말을 되풀이하면서 제자리를 걷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가만히 있는 것 같은 은하수를 생각하니 잠시 멈춰서 쉬어가는 것도 나쁘지 않다는 결론이 나네요. 멈춰있을 때만 깨닫게 되는 것들이 있으니까요. 오늘부터는 그 깨달음이 뭔지 집중해보려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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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 SNS에 격주에 한 번 위로글을 올리는 일을 하고 계신다고 밝혀주셨는데요. 위로 글 쓰는게 직업이면 좋겠다, 싶었는데 일이 되면 또 고충이 되겠죠. 비슷한 말을 되풀이하는 느낌도 드는군요. 저도 문장술사 사연을 접할때 이런 느낌을 받아 조심스러운 마음이 드는데, 아마 그 문장이 닿는 누군가에게는 또 같은 말이 아니라 꼭 필요한 말이었을거에요. 독자님이 올렸던 위로 글도 누군가에겐 도움이 되었으리라 믿습니다. (...) 추후 다시 컨텐츠를 올리게 되고, 그 문장을 나누고 싶으면 저한테 SNS가 어딘지 알려주시겠어요? 위로가 필요한 날 찾아갈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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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번 호에서 추천해주신 8번째 문장 "다른 이들이 몰라준대도, 내가 내 시간을 잘 버티고 살아내 새로운 날을 맞이하게 됐다는 진실만큼은 절대 훼손될 수 없다" 이 말이 마음에 확 와닿습니다. 이제 서른 후반을 향해 달리면서 '나 지금까지 잘 살아왔어'라고 스스로에게 말해줬습니다. 오늘 아침도 회사가는 엄마를 보며 서러운 눈물을 참던 36개월 아이의 얼굴이 아련하네요. 지금 이 시간도 잘 버티고 살아내면, 언젠가 새로운 날이, 더 좋은 날이 찾아오겠죠. 오늘도 문장줍기 덕분에 마음치유 받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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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직 후 밤낮없이 사느라 생일을 놓쳤다고 하셨죠. 이번 호에 실린 문장이 선물이 되셨을까요? 보통 생일을 맞은 분들에게는 "자신만의 온전한 시간을 보내시길" 기원드리는데 여의치 않다면 다정한 순간이 독자님에게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녹록지 않은 순간을 보내는 독자님, 엄마는 역시 대단하다는 칭찬은 조심스럽습니다. 다만 누구보다 치열하게 열심히 살아가는 독자님의 내일도 출근을 응원드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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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감 일지
- 지난번에 궁금해하셨던 블라인드북 후기는, 헤이버니 후기와 함께 마무리했습니다. 담당자님한테 따로 글쓴다 약속하고 여섯달이 지났네요? 이렇게 글빚을 갚아봅니다.
- 문장줍기를 가끔 보면 분량이 들쭉날쭉하죠. 문장술사와 번갈아가며 있는 경우 더 그 차이가 나는듯합니다.어떤때는 문장이 더 길기도 하고, 어떤 때는 피드백이 더 많기도 하네요. 다른 것들 분량이 적은 건 아닌데, 유달리 문장 인심이 좋은 호가 있다고 생각해주세요. 그래도 저번주 문장을 열 개나 골랐기에 부러 다섯 개의 문장을 골라보았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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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NTENCE PICKER sentencepicker@gmail.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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