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식의 흐름대로 떠오른 문장들
문장줍기는 "주제에 맞는" 문장을 골라야 한다는 편집 원칙이 있습니다. 즉, 이번주 제 삶의 화두가 주제인 셈이에요. 그런데 이번주는 무슨 화두를 던질 수 있을지 도저히 모르겠더라고요.
이런 주차 마감이 제일 힘들긴 합니다. 주제 없이 문장을 골라야 한다니!
어제 글쓰기를 하다 쓴 문장에서 출발해 꼬리를 물고 떠오른 문장들을 엮어서 보내보려 합니다. 불행, 실패, 슬픔에 대한 여러 생각들을 담아둔 문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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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도면 견딜수 있겠어, 라고 하는 것처럼. 빨리감기를 하듯 결말에 이 모든 고난이 다 끝나리라는 걸 안 뒤에야 본다. 즉, 안심할 수 있는 슬픔이 필요하다.
-소얀, 해피엔딩을 기다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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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주말에 영화를 싫어하는데 영화에 대한 글을 써야 하는 글쓰기 숙제가 있었습니다. 제가 영화를 좋아하지 않는 건 이야기에서 주인공이 고난받는 걸 보고 싶어하지 않아서였습니다. 그래서 항상 리뷰 다 보고 시작하는데, 그 이유를 곱씹어 정리하다 보니 위의 문장이 나왔습니다.
이 모임은 한수희 작가님의 책을 읽고 네 번의 글을 쓰면 답장을 받을 수 있는 모임입니다. 쓰기 힘든 주제들이 많았는데 글쓰기 모임의 묘미는 내가 쓰고 싶지 않은 주제도 쓸 수 있는 훈련을 하는 거더라고요. 마지막 주제가 내일 나오는데, 기대하고 있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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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다 작가님의 어쿠스틱 라이프 이야기를 좋아합니다. 한군과 난다님의 관계에서 저와 남편의 일면들을 발견할 때가 있거든요. 폭풍 같은 육아와 창작 시기를 견딘 난다님의 이 구절에 공감이 가서 들고 왔습니다.
안심할 수 있는 슬픔, 이란 구절을 썼을 때 가장 먼저 떠올랐어요.
5년 전 연재분이라 안타깝게 유료분인데요, 아쉬움을 달래고 싶으시다면 난다 작가님이 카카오웹툰에서 선보이는 스토리물, 도토리 문화센터 추천드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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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이나 놀이를 통해서 경험해 보는 실패는 일종의 가상현실과도 같다. 스트레스 지수는 비슷하지만, 매우 안전하면서도 얼마든지 다시 도전해 볼 가능성이 열려 있다.
-이영미, 마녀체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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쪼그만 불행은 실패와 같은 걸까? 운동과 실패를 엮어서 쓴 문장이 분명 있었는데 - 싶어 28호에 소개한 문장을 다시 가져왔습니다. 이정도는 실패하는 연습을 하고 잃을 것 없는 훈련을 하는 것이란 생각이 드네요.
자주, 자잘하게 실패하다 보면 실패에도 익숙해지게 될까요? 실패에 대한 내성이 생기는 게 맞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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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겪은 모든 실패를 아직 이루지 못한 성공과 연결지어본다. 그러다 문득 그것이 실패였는지 아니었는지 잘 모르겠다는 생각이든다. 그때는 실패같기만 했는데 그 후에도 인생은 끝나지 않았고 또다른 일들이 계속해서 일어났다. 실패도 성공도 아닌 일이었다.
-한수희, 조금 긴 추신을 써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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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과제는 그림책방 노른자에서 진행하는 과제인데요, 책에서 발췌한 문장에서 주제를 글을 네 번 쓰면 한수희 작가님에게 답변을 받을 수 있는 과제입니다.
이 책에 분명히 실패에 대해 쓰셨을 것 같아 책을 뒤져봤어요. 포스트잇의 실패, 라는 글에서 만난 이 문장을 소개해 봅니다.
제가 받아들이지 못한 일들, 화해하지 못한 과거도 몇 년 더 묵으면 글로 풀어낼 수 있는 순간이 있을까요. 눈물 닦으면 다 에피소드, 라 했던 영혼의 노숙자 슬로건처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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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한국인에 대해서 사랑하는 점은 한국인들은 멋진 멜랑콜리를 갖고 있습니다. 그들은 슬퍼할 줄을 알아요. 이상하게 들리시겠지만, 슬퍼할 줄 안다는 것은 더 큰 만족으로 나아가는 첫 번째 단계거든요.
- 알랭 드 보통, 비정상회담(1분 48초부터)
슬퍼할 줄 아는 것은 더 큰 만족으로 나아가는 첫 번째 단계란다. 멋진 멜랑콜리라는 표현에서 끝났다면 '무슨 소리야' 하며 채널을 돌렸겠지만, 슬픔이라는 결핍을 제대로 인지하고 그것을 메꾸려 노력하는 것이 결국 만족과 행복을 만든다는 사실을 우리는 이미 알고 또 실행하고 있다니, 위로를 받은 것 같아 감사했고, 한편으론 안도의 마음까지 들었다.
-오하림, 나를 움직인 문장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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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년 차 카피라이터가 자신이 좋아했던 문장들을 모은 책 중에서 메모해둔 구절입니다. 알랭 드 보통이 비정상 회담에서 진행했던 인터뷰가, 저자에게 와닿았다고 합니다. 작가님이 이야기한 "결핍을 인지하고 그걸 메꾸려는 노력"이란 구절이 기억에 남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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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감 일지
- 주변에 확진자도 많고, 검사도 자주 받으시니 오미크론이 정말 목 끝까지 온 게 느껴지네요. 확진된 분들 무사히 지나가길 바라봅니다.
- 요즘 문장술사 사연이 없어서 기다리고 있습니다. 방학 같기도 해서 기분이 이상합니다. 진짜 없으신가요? 사연이 모이는데로 찾아올게요. 사연을 보내면 받을 수 있는 내용은 88호를 참고해 주세요.
- 이런 꼬리를 무는 편집방식, 처음 시도해 봤는데 어떠셨나요? 그동안은 어떻게든 주제에 맞는 문장을 찾아보다 마감하기가 너무 힘들었었는데요. 큰 주제가 없이 골라보는 시도는 블라인드북 이벤트 발표 편수였던 89호 이후 두 번째인데요, 마감이 힘든날 이런 시도도 해보려 합니다.
- 오늘의 마감 노래는 Young Cocoa-Manila이니다. 데일리 노동요이기도 하고, 글 마감할 때도 자주 듣고, 헬스장 러닝머신에서 빠르게 걸을 때도 듣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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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NTENCE PICKER sentencepicker@gmail.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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