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려운 감정에 대한 네 편의 사연입니다
지난 호에서 문장술사 사연이 없다고 했더니 열 개가 도착했습니다. 열화와 같은 성원 감사합니다.
사연들을 읽다 보니까 주제에 맞는 사연을 골라 세 번에 나눠서 소개할 듯 합니다. 오늘의 사연은 총 네 개인데요, 제자리걸음만 반복하는 것 같은 초조함, 하기 싫은 일을 해야 하는 압박감, 계획을 달성하지 못하는 아쉬움, 덜컥 찾아온 무기력을 달래줄 문장들입니다. |
|
|
고등학생이 되면, 또 어른이 되면, 매년 버티다 보면 점점 더 나은 사람이 될 것만 같았어요. 인간관계도 공부도 직장도 생활 습관도 다 좋아질 거라고 믿고 살아 왔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드문드문 깨닫는 제 자신의 모습이 너무 별로인 인간이라 괴로워요. 문득 마주하는 제 습관, 말투, 현실에서 제 자신이 꺼려져요. '더 나은 나' 는 허상이었을까요? 혹시 주변 사람들만이 성장했고, 그들이 아직도 어린 저를 그냥 봐주고 있는 건 아닐까 하는 걱정이 들 때도 있어요.
|
|
|
독자님, 지난주 저도 계속하던 생각이에요. 업무를 하다 보니 챙기지 못한 것들이 떠올라 너무 괴롭거든요. "머릿속 슈퍼 기획자랑 섀도우 복싱하고 있는 걸까?" "다들 사람이 좋아서 나를 참고 견뎌주는 게 아닐까?" 그런데 일단 다른 사람들 평가까지 생각하면 힘드니까, 그건 옆으로 치워두시죠.
오늘은 "내가 예전보다는 내가 나아졌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이제 앞으로 채워가면 될 거다" 라고 생각하실 수 있게 도와드릴게요.
|
|
|
첫 번째 문장
아주 나중에서야 보일지도 몰라요 |
|
|
한 방향으로만 왔다면 더 빨리 일직선을 그었겠지만 여기저기 점을 찍다 보니 재미있는 지그재그 선이 되었다.(...) 아직도 갈 길이 멀지만 문득 걸음을 멈춰 뒤를 돌아보니 무 수히 찍힌 발자국이 보인다. 그래도 여기로 오기까지 적지 않은 걸음을 쉬지 않고 걸어왔나 보다.
-이유미, 자기만의 (책)방
늘 제자리인것 같지만 예전보다 조금 위의 제자리인 것 같다.
|
|
|
어쩌면 우리의 변화도 점진적이어서 눈에 잘 안 띄는 게 아닐까 싶어집니다. 그래서 뒤돌아보면 보이는 지그재그의 점, 발자국이 보이는 게 아닐까. 우리가 맴돌고 있는 것처럼 보여도 사실 나선형으로 올라가고 있는 게 아닐까 믿고 싶어져요.
|
|
|
이는 완전하지 않은 존재로 태어난 우리가 누릴 수 있는 행운이며 권리입니다.
|
|
|
위의 문장은 사실 "다 울었니? 할 일을 하자"의 원 출처를 찾아보고 싶어서 뒤져보다가 본 타이틀인데, 참 마음에 들었습니다.
아래 문장은 자기 계발서에서 가져왔지만, 저는 "완전하지 않은 존재인 우리가 누릴 수 있는 행운"이라는 구절이 좋아서 이 부분만 똑 떼서 가져왔습니다.
|
|
|
장기 취준생입니다. 사실 말이 취준생이지, 취업준비를 하지 않아 스스로를 백수라 칭하고 있어요. 하지만 백수가 체질인걸까요? 생각해보면 취업준비빼고 이것저것 다 하느라 바쁜 척하고 있더라구요.. 하고싶은 것도 많고, 호기심도 많은 저인데 자소서 앞에만 있으면 온 몸이 굳어버려요..(당연하겠지만)블로그 포스팅은 그렇게 신나지만요. 취업만이 답은 아닌 걸 알고있지만, 작은 곳으로라도 일단 들어가고 싶어 오늘도 노트북 앞에 앉아봅니다. 사회생활이 무섭고 두렵지만 더이상 도망치기 싫어요..! 도망쳐봤자 별거 없네요..ㅠ
|
|
|
독자님, 사회에 나와서도 경력기술서는 힘든 과정이네요 평가받고, 좌절하는 경험은 정말 스트레스받는 일입니다. 도피하고 싶은 게 당연하죠.
하지만 진짜 문제를 맞닥뜨리지 않으면 자책감으로 실제 자소서를 써야 하는 에너지보다 더 괴물처럼 느껴질지 모르겠어요.
뛰어듭시다, 저희.
|
|
|
착착착착은 거의 불가능한 리듬이다. 하지만 5분 핸드폰 보고 1분 일하기의 패턴이라 할지라도 해 나간다. 꾸역꾸역, 나는 알고 있으니까. 그 끝에 빈 리스트와 엄청난 해방감이 기다린다는 것.
-김민철, 마감 근육(마감일기 중)
|
|
|
사실 미루는 건 뇌가 일시적으로 기분을 좋게 만들려는 방어기제에 가깝다 해요( 출처). 하지만 미루다 보면 부끄러움과 죄책감이 커지죠. 이렇게 커진 괴물한테 잡아먹히기 전에 저희 일을 시작해 볼까요? 계속 머릿속에 맴도는 찜찜함보다 해방감을 노리며 말이죠.
|
|
|
두 번째 문장
채용이라는 절차에 나를 비추는 마음으로 |
|
|
이력서에서는 과거를, 자소서를 통해서는 현재와 미래의 일부를 판단합니다.
자기의 잘남을 말하는게 아니라 그 잘남이 기업엑 주는 이익을 말해야 합니다.
|
|
|
혹시 자소서 쓰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을까 싶어 골라왔습니다. 채용담당자의 시각에서 효율적으로 자소서 쓰는 방법을 다룬 글에서 가져왔습니다.
저는 자소서 쓸 때 가장 괴롭고 하기 싫은 부분이 "진짜 나"를 어디까지 보여줘야 하는가? 에 대한 판단이 서지 않았기 때문이었습니다.
원래 글에는 정답이 없다 생각하지만, 자소서는 채점표가 있는 글이라 생각하고 기계적으로 접근하시는 게 좋겠단 생각이 드네요.
여전히 쉽지 않겠지만, 자아를 조금만 내려두고 쓰시죠.
|
|
|
저는 학생입니다. 그런데 전 매일 무엇을 시작할 때마다 완벽해야한다는 강박감에 끝내 완성하지도 못할 거창한 플랜을 짜고 크게 실천을 시작합니다 후에 재미가 없어지거나 다른 이유로 하지 않게 되고, 또 그렇게 완성되지 못한 저의 계획에 저는 또 다시 저를 탓하며 환경을 탓하며 자책감만 쌓여갑니다.. 말 그대로 용두사미인 셈이죠 ,, 어떻게 하면 제가 이런 강박에 사로잡히지 않고 한가지 일을 끝낼 수 있을까요..?
|
|
|
안녕하세요, 저도 주말 계획은 야심차게 브런치 글 2개와 뉴스레터를 마감하는 것이었는데 지금 뉴스레터도 겨우 끝을 내고 있네요.
독자님에게는 일을 끝을 낼 수 있는 방법, 현실적인 목표를 세우는 방법에 대한 문장을 찾아드리고 싶었어요. 그러다 보면 자책이 줄어들지 않을까 해서요.
|
|
|
우리는 무조건 해낼 수 있다는 긍정적인 마음으로 실제 하기 힘든 계획을 세우곤 한다. 이를 계획의 오류라고 한다.(...) 낙관주의적인 편향이 발생해 실제 계획이나 예상보다 과제를 끝내는 데 많은 시간이 걸리는 현상을 말한다.
|
|
|
학생이시면 시험/공부가 목표가 아닐까 싶어 찾아봤는데요, 사실 무리한 목표를 세우는 것을 지양하라는 이야기가 굉장히 많이 나왔습니다.
생각해 보니 저도 학생 때 무리수인 목표 매일 세우고 30%도 못 끝내고 머리를 쥐어뜯었던 적이 많았는데요, 그게 자기 자신을 과신하기 때문이었던 것 같아요. 이형재 저자가 쓴 브런치 칼럼도 참고하시면 좋겠습니다.
|
|
|
무엇이 가장 중요하고 먼저 해야 할 일인지 결정하라.
마감시한을 정하고 큰 과업을 작은 과업으로 쪼개라. 먼 미래의 마감 시한하나보다는 중간 마감시간 여러 개가 도움이 된다.
|
|
|
시작한 일을 끝내는 방법이라는 멋진 제목의 책이 있어서 저도 곧 읽어보려고 합니다.
큰 일을 작게 쪼개고, 일을 하나하나 쪼개는 것 자체가 도움이 되기도 합니다. 그리고 우선순위에 따라 행동하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
|
|
저는 습관적 우울이라고 표현하는... 종종 닥치는 무기력과 자기연민의 시기를 지나고 있는데요🤔 소얀님과 구독자분들은 이런 시기를 어떤 말글로 견디고 다독이시는지 궁금합니다
|
|
|
저는 무기력할 때 일부러 산책을 해서 몸을 움직이거나, 웅크리며 버티는 시간을 갖곤 합니다. 그리고 숨 쉬어도 나가는 대출이자를 생각하지요.
일단 생각나는 데로 무기력에 빠지지 않을 수 있을 법한 문장들을 들고 왔는데요.
혹시 독자님들도 비결이 있으실까요? 답장이나 피드백 등으로 귀띔해주세요.
|
|
|
유총총 님은 인스타툰 작가인데요, 그래서 일러스트가 매우 귀엽습니다. 한동안 무기력을 이를 피하기 위해 나를 붙잡아줄 장치를 만들었다고 합니다.
저의 당근은 저녁 먹고 가는 산책입니다. 음악을 듣거나 좋아하는 팟캐스트를 듣습니다. 이 웹툰을 읽어보면서, 독자님의 당근을 찾을 수 있길 바라요. |
|
|
직장 동료 P가 저에게 붙여준 타이틀은 "일할 때는 평소에는 저전력 모드"입니다. 일이 바빠지면 주변에 신경을 차단하게 되는데, 실제로 무기력증이 절전 모드와 유사하다고 말이죠.
자기연민을 별로 좋아하지 않지만, 일단 그럴 땐 왜 무기력하지? 하고 자책하진 마시고, 다시 돌아올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해 봅시다.
|
|
|
마감 일지
- 시차는 있지만 사연은 빼먹지 않고 쭉 소개할 예정입니다. 망설이지 마시고 사연 접수해 주세요. 최대한 한 달 내에는 소개하도록 하겠습니다:)
- 이번주 날씨가 좋아서 자주 산책을 나갔습니다. 일 년 중 가장 좋아하는 시간입니다. 벚꽃이 며칠 뒤면 활짝 필거라 생각하니 기대됩니다.
|
|
|
SENTENCE PICKER sentencepicker@gmail.com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