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 출근해야 하는 어른이용 문장들 마실 수 없다면 글로 한 잔 올해 들어 맛있는 술을 마시는 것을 좋아하게 되었습니다. 20도가 넘는 독주는 못 마시지만, 맥주와 와인을 즐기게 되었습니다. 주말이 끝나가고 있으니 술을 마실 수 없겠지만, 술을 한잔 따라드리는 마음으로 여러분들께 문장을 보냅니다. 첫 번째 문장 아주 평범한 화이트 와인 한 잔이 마법을 부렸다. 2배속, 아니 3배속, 어쩌면 10배속으로 달리고 있던 일상에 갑자기 스톱 버튼을 눌렀다. 잠깐만. 진짜 잠깐만. 그러고 나자 방금 전까지 아등바등하던 일들이 사실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은 일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제 상반기에 일어난 멋진 일에 대해 소회한 적이 있었는데, 그 중 하나가 "내가 좋아하는 와인을 알게 된 것"이라 썼습니다. 동네 카페에서 딱 한 종류 제공하는 화이트 글라스 와인입니다.
그런데 사실 그 와인은 혼자 사서 먹으면 그 느낌이 나지 않습니다. 따로 사 먹는게 훨씬 이득이지만 그 카페에서 마셔야 훨씬 맛이 좋습니다. 아마도 카페 주인분께서 잘 보관된 와인을 좋은 와인잔에 내 주시는데, 거기에 안주로 그래놀라도 곁들여 주시거든요. 그리고 조용한 분위기도 한몫 할 겁니다. 저는 그렇게 와인을 마시다가 사람 없는 동네 골목을 잠시 보고 있는 순간을 좋아합니다. 그 순간이 김민철 작가님이 말한 [일상에 스톱 버튼을 누른 순간]과 비슷하다고 느꼈습니다. 두 번째 문장 술맛이 달다는 것은 오늘 하루가 인상적이었다는 거지
-이태원 클라쓰 중에서 몇 달 전에 지인이 말해준 드라마 대사였습니다. 저는 이 드라마를 보지 않았는데 편지를 쓰면서 이제야 해당 영상을 유튜브에서 찾아보게 되네요. 저는 이 드라마의 내용을 몰랐지만, 하루를 마치고 행복하게 맥주를 마시는 장면을 상상하게 되었습니다. 막상 영상을 보니 좀더 애틋한 장면이긴 했지만요.
한편, 술이 달다는 것은 그 다음날 멀쩡하지 못할 수 있다는 부작용도 있습니다. 얼마 전 술이 정말 달아서 평소 주량보다 몇 잔을 마셨던 순간이 있었는데 다음날 아무것도 못 하고 누워만 있었습니다. 회사가 쉬는 날이라 망정이었죠. 술이 좋고, 함께 있는 사람들과의 대화가 즐거우면 내일의 체력을 끌어 쓰게 됩니다. 세 번째 문장 술은 나를 좀 더 단순하고 정직하게 만든다. 딴청 피우지 않게, 별것 아닌 척하지 않게, 말이 안 되는 것은 말이 안 되는 채로 받아들이고 들이밀 수 있게.
저는 아무튼 시리즈도 좋아하고 술도 좋아합니다. 김혼비 작가님도 좋아하고요. 15번째 편지에서 [여행이 수박 겉핥기면 안되나]라는 멋진 문장을 소개했었죠. 술을 좋아한다면, 말도 안 되는 주사를 보고 낄낄대며 웃고 싶거나, 술을 마시다 만난 소중한 인연에 대해 보고싶다면, 밖에서 혼자 술마시는 이야기를 좋아한다면, 술은 안 좋아해도 술자리를 좋아한다면. 이 책을 좋아할 거에요. 조곤조곤한 혼술에 어울렸으면 오늘 글을 쓰면서 내내 생각난 공간이 있습니다. 연희동의 "책바"라는 곳인데요, 술을 마시며 책을 읽을 수 있습니다. 소설의 내용을 옮겨놓은 시그니처 칵테일이 있습니다. 여기를 가면 읽고 싶었지만 못 읽었던 좋은 책을 발견합니다. 혹은, 일정한 주제를 가지고 쓴 좋은 문장들을 볼 수 있는 곳이기도 합니다. 말로 설명할 수 없는 세심하고 독특한 분위기가 좋은 곳입니다. 제가 쓰는 문장줍기가 주는 느낌도 책바와 같으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책바의 운영자인 정인성 님은 작가이기도 합니다. 첫 독립출판 에세이집도 좋았는데, 얼마 전 출간하신 일과 공간에 대한 에세이가 인상깊었습니다. 책바를 처음 갔을때 작가님 첫 에세이집에 싸인받은건 안 비밀입니다. 이 분이 작성한 문장은 다음 번에 소개하도록 할게요. 함께 나누고 싶은 문장이 있으신가요? 오늘의 문장줍기는 어떠셨나요? SENTENCE PICKER |
월요일 아침 출근길을 앞둔 당신에게 드리는 사소한 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