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줍기 한살도 자축합니다 당신에게 보내는 반짝거리는 문장들 들어가면서
오늘은 제 생일이었습니다. 그리고 문장줍기의 1주년이기도 합니다. Q&A에서 말했듯, 문장줍기는 작년 생일에 시작한지라 저와 같이 나이를 먹었네요. 그래서 오늘은 자축하는 의미로,"생일"에 대한 문장을 가져왔습니다. 첫 번째 문장 스스로에게 대접하는 미역국 생각해보니 나는 남에게 축하받을 줄만 알았지, 나 자신을 축하해준 적은 없었다. 이번 생일은 직접 끓인 미역국 한 그릇을 다 비운 탓일까, 배가 찬 만큼 마음도 든든하다. 미역국은 끓일수록 맛이 좋아진다는데, 나도 시간이 갈수록 깊어지는 사람이고 싶다. -정누리, 혼밥, 혼술, 혼영... '혼생'은 왜 안 되나요 (오마이뉴스)나이가 드니 생일 메뉴를 스스로 정하는 사람이 되었습니다. 그러니 왠지 생일상에 대한 칼럼이 있겠다 싶더군요. 찾아보니 역시나였습니다. 저자는 그동안 파티나 가족 여행으로 생일을 보내왔지만, 코로나로 뜻밖에 조용한 생일을 맞아 스스로에게 생일상을 차려주기로 결심했습니다. 삼색나물과 미역국을 곁들여서요. 처음이라 헤맸지만, 맛있는 생일상이라 합니다. 그동안 미역국은 곁들이 음식이라고만 여겼는데 정말 오래 끓인 미역국은 맛있습니다. 가자미 미역국 맛있는 집이 있는데 가시 발라먹기 귀찮아도 한번 가봐야겠습니다. 두 번째 문장 생일 의식 만들기 일종의 자기점검인데, 일년 중 가장 특별한 날인 생일에 자기 점검을 하는거라 의미도 깊고 절대 까먹지 않게 돼요.
김종민 님은 구글 UX 엔지니어입니다. 인터랙티브 디벨로퍼라는 책을 냈으며, 동명의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보통은 인터랙션과 제작 방법(유튜브 영상)을 구경할 수 있습니다. 김종민 님의 생일 의식은 자기 점검을 하는 글을 쓰는 것인데, 아직 하고싶은 일을 찾기 전이었던 2004년부터 지금까지 매년 쭉 내가 해온 일과 배운 점, 취미와 가족등을 정리한다고 합니다. 저는 반 년마다 한 번 회고를 쓰긴 합니다만, 오늘자 글은 짧게 써볼까 해요. 무슨 하루를 보냈고, 지금 나는 어떤 상황인지 말이죠. 혹시 이외에도 재미있는 의식이 있나 찾아보았는데, 있는 그대로의 얼굴을 매년 찍는 사람 이야기도 있고, 혼자 생일 잘 보내는 10가지 방법, 생일을 맞아 소아암 환우에게 기부한 사례도 찾아볼 수 있었습니다. 보통 생일이 되면 돈을 가장 많이 쓰고 싶은 걸 아는지, 귀신같이 생일 쿠폰이 옵니다. 하지만 나를 위한 재밌는 의식 하나를 만들어두어도 좋겠다 싶습니다. 세 번째 문장 내 나이를 똑바로 바라보기 우리는 어떤 나이에도 늦을 수 없다. 삶의 어떤 시간에도 실은 늦게 도착한 적 없다. 지금에 이르러 내가 겨우 이해한 시간이란 그런 것이다. 그 사실을 잊지 않으려고 내 나이를 똑바로 바라보려 노력한다. 서른은 한자로 이립이죠. 그만큼 어른이 되어야 한다는 압박을 느꼈기 때문일까요, 막상 서른살보다 그 전후 나이가 더 싫었습니다. 스물아홉은 막막했고 서른하나는 거짓말같았습니다. 서른둘이 되니 내가 30대인가보다, 싶네요. 몇달 전 읽고 좋아서 정리해두었던 문장을 다시 한 번 꺼내봅니다. 처음 나이먹는게 두려워졌던 스물다섯에는 반오십, 이라는 말을 자주 썼는데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왜 그 나이를 제대로 불러주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그때 반오십, 이라는 독립출판물을 만들까 했는데 안 내길 잘했습니다. 자꾸 반오십 운운한 스스로를 반성합니다. 발행인의 문장 보통 무슨 말로 축하하더라 생일 축하드려요. 따뜻하고 즐거운 하루가 되시길 바랍니다. 다정한 일이 많길 바랍니다. -휴일이라면: 오롯이 소얀님을 위한 하루를 보낼 수 있길 바라요. -평일이라면: 모쪼록 일찍 퇴근하셔서 소얀님을 위한 시간을 가질 수 있으면 좋겠어요. 보통 생일을 축하한다고 할 때 쓰는 인삿말을 저 스스로에게 들려주었습니다. 출근해야 하는 날이면 가급적 혼자만의 시간을 빨리 보낼 수 있길 바랍니다, 라는 말을 쓰고 싶네요. 몇 년전까지 특별한 하루, 라는 말을 덧붙였습니다. 그런데 생일을 특별하게 보내야 한다는 기대감이 오히려 우울함으로 다가올 수 있다(유튜브 영상)고도 합니다. 그래서 특별하다, 는 말은 아끼려 합니다. 문장술사 혼자 보내는 시간이 쓸쓸할 때 "최근 취직하면서 혼자 살기 시작했는데, 원래 외로움을 많이 타는 성격 때문에 너무 외롭고 쓸쓸해요. 혼자 집에 있는 동안이 공허하고 의미 없는 시간처럼 느껴져요. 누군가 같이 있을 때는 괜찮지만 그 시간이 지나고 나면 다시 뱃속이 텅 빈 느낌이 듭니다. 그렇다고 어디 나가는 걸 좋아하는 것도 아니고... 그냥 내 옆에 항상 누군가 가만히 있어주면 좋겠어요." 혼자 있는 시간은 타인과의 관계가 끝나버린 단절의 시간이 아니다. 오히려 타인과의 성숙한 관계를 위해 더 많은 걸 준비할 수 있는 연결의 시간이다. -조장원, 혼자 있는 시간을 견딜 수 없어요, 외로움과 고독 사이(정신의학신문)인생은 결국 일인용이다. 나는 나와 반려하며, 나를 양육하며, 나를 살아내고 있다. 독자님, 안녕하세요. 48번째 편지의 문장술사에서도 외로움을 다룬 사연을 다뤘던 적이 있지만, 1인분 삶을 꾸리는 독자님께 다시 박수를 보내고 싶었습니다. 첫 번째 문장은 상담 칼럼에서 가져왔습니다. 혼자 보내는 시간이 타인과 함께하기 위한 준비 운동이라고 읽혔는데, 이게 꽤나 마음에 들었습니다. 두 번째로 찾은 문장은 독립생활을 다룬 책에서 가져왔습니다. 독립생활이 겨울 풀장처럼 차차 익숙해져가리라는 이야기도 좋았는데, 특히 나를 양육하고 반려한다는 표현이 좋았습니다. 책에 따르면, 화면 멍-보다는 책상 멍- 이 낫다고 합니다. 책상에 앉아서 있으면, 뭐라도 꼼지락거릴 수 있다고요. 사람을 만나기 쉽지 않은 상황이죠. 이 시간이 지나 독자님에게 좋을 인연도 자연스럽게 찾아오길 바라봅니다. 독자 후기 첫번째 문장 출저인 원도 작가님의 '아무튼, 언니'가 제목부터 인용된 몇 줄까지 이런저런 생각을 하게 되네요. 나이도 그렇고, 회사에서의 위치?도 그렇고 '언니'에 가까운 포지션인데 나는 누군가에게 어떤 언니일까...라는 생각도 들고 20대 시절 만나 아직도 제가 의지하고 있는 몇 명의 언니들이 떠오르기도 하네요. 지금 제 주변의 동생들이 이 언니에게선 무엇을 배웠을까요...? ㅎㅎ 아, 저렇게 되지는 말자..! 만 아니길 소박하게 바래봅니다. 원도 작가님의 아무튼, 언니에는 자신을 언니로 따라주던 후배 "왕후장상" 이야기가 나옵니다. 문득 걸려온 후배의 전화를 끊고 난 뒤, 나는 좋은 언니였을까 고민합니다. 그리고 언니들이 당부했듯 "언니들보다 동생에게 마음을 쏟는" 내리사랑에 대해 생각합니다. 독자님도 아마 이런 고민을 하고 있으니 어제보다 더 좋은 언니가 될 준비가 되셨을 거에요. 마감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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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일 아침 출근길을 앞둔 당신에게 드리는 사소한 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