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가서 슬퍼질때 할 수 있는 것 여행 휴식기에 우리가 할수 있는것 저는 여행가는 것을 좋아했지만 당분간 여행을 가고 싶지 않아 올해 여행계획은 안 잡고 있었어요. 그러던 중 코로나가 터지면서, 아마 내년 초까지 아예 여행을 가지 못하리라 생각하고 있어요.
그래서 여행을 쉬면서 할 수 있는 것들에 대한 문장을 가져와보았습니다. 첫 번째 문장 여행은, 소기의 목적을 달성한 며칠이 지난 후 다시 내 나라로 돌아왔을 때 나에게 기대하지 못했던 선물을 준다. 이를테면 그곳에서 배워온 사소하고 즐거운 습관과 그곳에서 본 풍경들이 내 여행 가방속 몰래 숨어든 작은 벌레처럼 따라오는 것이다.
제 첫 유럽 여행은 스페인이었는데, 아침식사가 무척 맛있어서 여행 후 한동안 토마토를 으깨 빵에 발라먹는 습관이 있었습니다. 한수희 작가님은 이 다음 페이지에서 파리의 크로아상 먹는 아침, 광저우의 차 마시는 습관 등 각 여행지에서 배워온 습관을 이야기하고 계세요. 제가 편지에 몇 번 소개한 신미경 작가님의 책인 "뿌리가 튼튼한 사람이 되고 싶어"에는 이탈리아 여행 후 홍차에 레몬 넣어 먹는 습관이 소개가 되어있어요. 혹시 여행지에서 발견한 새로운 습관이 있다면, 이를 떠올려보시면 어떨까요? 두 번째 문장 알기 위해, 뭔가를 느끼기 위해 자꾸 떠나라고 한다. (...) 하지만 요즘은 조금 생각이 다르다. 오랜 시간 자리를 지키는 것이 어렵기 때문에 오히려 깊은 통찰력은 자리를 지키는 것으로부터 나올지도 모른다는 것. 그래서 나는 떠나지 않고 이 자리를 지키기로 했다.
3월에 망원동 서점 이후북스에서 발견한 책입니다. 살 책이 있어 갔다가 한 권 더 집어들었어요. "존재하는 것으로 만족하는 삶을 살기로 했다"라는 책 뒷표지가 마음에 들었습니다. 작가님은 떠나는 대신 자신의 생각을 에세이로, 에세이들을 엮어 독립출판 형태로 책을 냈습니다.
책에는 여행 그자체에 대한 생각뿐 아니라 여행을 그만두면서 정리할 수 있게 된 작가님의 여러 이야기가 담겨있습니다. 보통 "나를 찾아서 여행을 떠났다"는 문장이 흔한 여행에세이의 클리셰였다면 작가님은 "여행을 가지 않아서 내 생각을 정리했다"라고 말할 수 있겠습니다. 세 번째 문장 내 방 여행하는 법은 역설적으로 여행에 지친 사람들을 위한 처방전일 수 있겠다. 어딘가로 떠나고 싶지만 결코 어디로도 떠날 수 없게 된 사람들을 위한 책 말이다.
어쩌면 이 책은 '다시 보기'에 관련한 책인지도 모르겠다. 우리가 이제껏 매일 보는 물건에 별 뜻 없이 적용하는 '보다'라는 동사를 새롭게 해석하는 일 말이다.
원래 이번 호를 위해 "내 방 여행하는 법"이라는 책을 찾고 있었어요. 그런데 이 책은 18세기 귀족이 가택연금된 시점에서 쓴 책이라 제 생각과는 거리가 멀어보이더라고요. 오히려 백영옥 작가님의 리뷰가 마음에 들어 이 문장을 가져왔습니다.
내 방은 어쩌면 가장 많이 보는 공간인데, 글을 쓴다면 이 공간을 관찰하고, 이 공간을 둘러싼 나의 이야기들을 정리할 수 있겠네요. 어쩌면, 이 방법이 두 번째 문장에서 말한 "통찰력"을 이끌어낼 방법 중 하나가 아닐까요. 네 번째 문장 이 책은 "여행이 간절하지만 떠날수 없는 사람을 위한" 작은 방법들이 소개되어있습니다. 원래는 "퇴근 후 여행"뿐 아니라 클래스 듣기, 사람 초대하기, 에어비엔비 호스트 하기까지 소개되어있지만 사회적 거리두기 상태에서는 이 모든것은 어려울테고. 우선 앞의 "퇴근 후 여행" 부분을 소개합니다. 요약하자면 "먼 곳으로 여행왔다 생각하고 동네에서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세 가지 발견하는 것"입니다. 사실 두 번째 문장을 소개한 수수진님의 책에도 비슷한 구절이 나옵니다. "(여행자인)그의 시선으로 바라본 서울에서 (....) 당연한 것이 당연하지 않은 것으로 바뀌어 있기도 하다"고요. 내 동네를 나갈 수 없더라도, 여행하는 것처럼 생각할 수 있겠네요. 사실 여행이 그립긴 그리워요 여행에 지쳤다 생각했지만 막상 여행을 못 가니 좀더 간절했던 걸까요? 이번 호에는 더 많은 문장을 소개하고 싶어 욕심을 부렸네요. 사실 "여행을 쉽니다"책에는 "여행 에세이를 읽는다고 여행이 되는건 아니다"라고 말하고 있지만, 저는 요즘 여행 에세이도 다시 읽고 있어요. 여행이 그리워서인지 여행에 대한 문장들이 사실 많네요. 이번에 소개 못한 문장은, 또 다른 편지에서 가져오도록 할게요. 함께 나누고 싶은 문장이 있으신가요? 오늘의 문장줍기는 어떠셨나요? SENTENCE PICKER |
월요일 아침 출근길을 앞둔 당신에게 드리는 사소한 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