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님이 이 사연을 보내주신 건 8월 말이었습니다. 이 사연에 가장 먼저 답장 드려야겠다 생각하면서 열흘 남짓 고민해보았습니다. 퇴사하라 해야 하나? 퇴사하지 말라 해야 하나? 비슷한 사연들에도 제가 그 당시 무슨 생각을 했는가에 따라 조금씩 다른 대답이 나왔습니다. 그래서 일단 오늘은 스물일곱의 저라면 이렇게 하길 바라지 않을까,라고 생각하면서 답장을 써 볼게요.
돌이켜보면 스물일곱은 어리지 않지만 많은 나이도 아니었습니다. 사회에서 충분히 밥벌이를 하고 살아갈 나이가 맞지만, 원하는 업무를 찾아 도전할 수 있기도 합니다. 저는 스물넷에 사회생활을 시작했고 커리어 전환을 두 번 시도했습니다. 기획자로서 일을 시작한 것은 스물여덟이었습니다. 다시 돌아간다면 좀 더 빠르게 기획자 커리어를 시작할 기회를 만들려고 노력하겠습니다.
170만 원이라는 돈은 큰 돈이 아니죠. 하지만 그 한계에 스스로를 가두기엔 독자님의 나이는 결코 많지 않습니다.
우선 세 가지 질문을 해볼 것 같습니다. 하나, 이 산업과 직무에서 배울 만한 점이 있는가? 둘, 내가 하고 싶고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인가? 셋, 난 커리어를 키우기 위해 얼마나 노력할 준비가 되어있는가?
우선 종사하시는 산업이 내게 잘 맞고 성장 가능성이 있는 산업인가 생각해 볼 것 같습니다. 혹시 초년생, 혹은 인턴 구간이 지나면 이직, 커리어 전환을 통해 연봉이 급상승하는 구간이 있는 분야일까요?
그게 아니라면, 가급적 빨리 하고싶은 직무와 산업을 찾아 그 일로 전직할 수 있는 준비를 하겠습니다. 직무가 맞지 않다면 빠르게 직무를 전환하는 게 답일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내가 원하는 직무를 나는 잘 이해하고 있을까요? 그 직무로 가기 위해, 혹은 이직을 통해 소득을 높이기 위해서는 무엇을 배우고 계발해야 할까요? 나는 거기에 대한 준비가 되어있을까요?
하고 싶은 것을 찾지 못했다면 이를 찾기 위한 생각 정리를 하고, 직무를 이해하기 위한 시도를 해보겠습니다. 그게 아니라 부업을 통해 돈을 좀 더 벌겠다고 결정한다면, 이를 해보겠습니다. 그리고 현재 직장과 부업을 병행하며 성과를 키우겠습니다.
일단 향후 거취와 별개로 현재의 상황이라도 직장 생활에서 얻어 갈 수 있는 건 있다고 생각합니다. 사회 초년생으로서 조직에 적응하고 일해보는 협업 경험. 예컨대 나중에 프리랜서로 일하더라도 이메일을 잘 쓰는 법, 누군가와 업무를 조율하는 법은 가리지 않고 두루 쓰일 겁니다.
업무강도가 심하지 않다는 전제하에, 일을 쉬면서 찾아보는 건 권하고 싶지 않아요. 일을 그만둔 상태에서 이직을 준비하면 마음이 불안해져서 악수를 두기 쉽기 때문에, 일을 유지하면서 그 안에서 다음 스텝을 모색해 보겠습니다. 다만 심신 건강이 약해지신 거라면, 그땐 일을 그만두는게 맞겠죠.
편지를 쓰기 전 열심히 생각해 보았지만 결국 퇴사하건, 퇴사하지 않건 결론이 "노력하라"라는 결론밖에 나오지 않았습니다. 지금 현 상황에서 사회 초년생들이 노력해서 얻을 수 있는 기회가 바늘구멍처럼 좁아진 건 사실이라 생각하지만, 어떤 방향으로도 움직여야 상황이 바뀔거라 생각해, 제 결론도 이렇게 났습니다.
이번주 밑줄은 독자님이 노력할 방향을 정할 때 도움이 될 만한 문장을 골라보았어요. 이전 문장줍기 때처럼 문장이 많아졌네요. 각각 회사 생활에서 배울 수 있는 것, 내 일에 대한 타진을 해보는 법, 계속 성취하도록 노력해 보자는 내용, 할 수 있는 일을 찾아보자는 내용이이요. 그리고 유튜브 채널 두 개도 추천할게요. 직장인으로서 자기계발과 재테크를 꾸준히 해나간 경험을 들을 수 있는 시골쥐의 도시생활과, 전 인사팀장으로서 직장생활에 대해 조언해주는 유튜브인 퇴사한 이형입니다.
아마 우리는 앞으로 뭐 해먹고 살지, 라는 고민을 평생 할 겁니다. 서른셋, 사회에 나온지 9년 차가 된 지금 저도 고민이 많거든요. 나이가 지나면 다 나아진다 말씀드리고 싶은데 저 또한 그렇지 않아요. 저도 최근 한 달동안 일 생각이 괴로워서 일부러 생각을 죽이고 살았습니다. 하지만 가만히 있으면, 내가 원하는 걸 원한다고 말하지 않으면 내게 기회가 주어지지 않을 겁니다.
독자님의 사연에서 괴로움이 묻어나고 있어서 이 지난한 과정을 헤쳐나갈 기운이 있을까 걱정입니다. 싫어도 좋아도 이 길을 함께 가야 할 스스로 나에게 친절해지셨으면 좋겠습니다(마지막 문장은 그런 맘으로 덧붙여보았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자신에게 친절해지려면 내가 해낼 수 있는 사람이란 단단한 믿음이 필요하고, 작더라도 내가 성취해온 것들이 이를 뒷받침해줄 거라 생각해요. 몇년 뒤, 이 여정을 돌아보면 그땐 독자님만의 발자취가 남아있길 바라봅니다.
-9월 11일,
뭐 해먹고 살지란 질문이 여전히 어려운
소얀 드림
PS. 혹시 다른 분들도 독자님께 전해주실 조언이 있으실까요? 다음 호 끝에 함께 소개해보도록 할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