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주, 2월 28일이 생일입니다. 예전에는 생일 시기가 영 싫었어요. 생일이 되면 뭔가 특별하게 챙기고 싶잖아요. 훌쩍 여행을 떠나거나, 친구들과 모여서 파티를 하거나, 맛있는 음식을 먹고 싶었습니다. 이걸 하기엔 2월 말은 적절한 시기는 아니었어요. 어렸을땐 생일이 겨울방학에 있어서 친구들과 보낸 기억이 별로 없고요, 직장인이 되어 생일맞이 여행이라도 다니려니 삼일절 휴가와 겹쳐서 여행 비용이 올라가더라구요.
하지만 이젠 제 생일이 좋습니다. 신학기 즈음이 생일이어서 그런지, 나를 환기하기 좋은 시기입니다. 한국인들은 새해가 세 번이라 하잖아요. 1월 1일 다짐이 실패해도 음력 설을 한번 더 챙기고, 3월 초에 신학기 기운을 받아 마지막으로 새롭게 결심한다"고. 거기에 생일 주간까지 더해지니 좀더 실행력이 올라갑니다.
생각해보면 제 인생의 다른 전환점들도 비슷한 시기에 있었습니다. 우선 2월 25일은 첫 회사 입사일이었습니다. 대학 졸업식과 겹쳤는데, 올해 벌써 사회생활 10년 차가 되었습니다. 3월 2일은 뉴스레터 3주년입니다. 몇 번 인터뷰에서 이야기했듯이, 2020년 2월 말, 1차 코로나 유행이 시작했었던 생일을 외로이 보내다 뭐라도 해보자 싶어서 시도한게 뉴스레터였습니다. 그리고 입사 2주년도 비슷한 시기에 있습니다. 정확히는 3월 15일이지만요. 나름 저한테 중요했던 일들이 이 즈음에 몰려있네요.
이제는 생일이라고 재밌는 일들을 벌이는 것보단, 소중한 이에게 다정한 인사를 건네고, 차분히 나를 돌아보는 하루가 되길 바랍니다. 나는 잘 살고 있는지, 앞으로는 어떻게 살고싶은지 말이죠. 그리고 개학을 앞두고 떨리는 마음으로 책가방을 싸두었듯이 3월을 맞이하고 싶습니다. 그래도 생일 촛불 앞에서 소원을 빌긴 할 거에요. 홀케이크를 다 먹지는 못하지만, 조그만 딸기타르트라도 사서 촛불 하나 붙여보려 합니다.
오늘은 그런 마음으로 스스로 생일을 챙기는 사람들 이야기를 골라보았습니다. 첫 번째 문장은 생일을 맞을 때마다 스스로를 돌아보는 사람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두 번째, 세 번째 문장은 예전에 생일에 나를 더 열심히 챙겨주겠단 글입니다. 문장줍기
66호,
89호에도 소개했던 문장입니다. 두 문장에서 내가 더 열심히 나를 챙기겠단 결의가 느껴져서 좋네요.
-2월 27일,
그래도 생일맞이 연차는 챙겨둔
소얀 드림
PS. 모두가 제 생일을 들으면 진짜 제 생일일지 궁금해하시는데, 저는 다행히 윤년이 없는 해에 태어났습니다. 아마 진짜 윤년이 생일이었더라도 생일 주간은 열심히 챙겼을 거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