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시작 즈음부터 두드러기가 올라오더니, 이마 한 편에 여드름이 크게 났습니다. 보통 이런 경우 며칠간 패턴을 반성해 봅니다. 오랜만에 출근했다 팀원들과 맥주 한 잔을 했었지. 안주로 먹었던 라볶이랑 감자튀김이 생각보다 자극적이었는데, 다음 날 치킨까지 먹어버렸고. 달달한 얼그레이 케이크가 맛있어서 무리하게 많이 먹었고, 게다가 장례식에 다녀온 뒤 영 나가 걷지 않았구나. 돌이켜보니 짚이는 곳이 한 두가지가 아니네요. 네, 제가 자초한 일이 맞네요.
스스로에게 소홀했구나 깨닫는 순간이 있습니다. 씻지도 않고 걷지도 않고 그냥 잠들어버릴 때. 책상이 흐트러질 때. 바닥에 널린 옷들이 산더미같을 때. 걷지 못하고 잠드는 경우가 많아질 때. 책상 앞에 영 앉아있기 싫어서 누워서 자극적인 영상만 볼 때입니다.
가끔은 이번처럼 몸이 먼저 신호를 줄 때도 있습니다. 피부에 뭐가 나거나 몸살이 옵니다. 평소엔 밥보다 빵을 주로 먹는 편인데, 며칠동안 밥만 먹고 싶었습니다. 된장죽을 끓여먹고 주먹밥을 해동해 먹었습니다. 본가에 간 김에 집밥도 얻어먹었고요.
아마 하루하루가 벅차서 내 일상이 잡아먹혔던 것 같아요. 마음이 바빠서, 귀찮아서, 신경쓰고 싶지 않아서, 정신이 없어서. 이렇게 며칠이 지나면 정신 차리면 집안도 나도 엉망이 되어있습니다. 그런데 나를 돌볼 수 있는 건 결국 나더라고요. 나를 대신해서 좋은 음식을 먹여주고, 씻겨줄 사람은 없으니까요.
저녁에 남편과 산책을 갔습니다. 일주일 만에 가는 산책이었어요. 서로 일주일을 반성하는 이야기를 나누었어요. 집에 와서 양배추를 썰어두었습니다. 청소기를 돌리고, 빨랫감을 세탁기에 돌리고, 따뜻한 물에 샤워하고 자리에 앉았습니다. 당분간 하루에 한 접시씩 야채를 먹어야겠어요.
이러다 또 문득 내 일상이 엉망이구나, 싶어지는 순간이 오겠죠. 나가서 공원이라도 한 바퀴 걷고 와야겠어요. 그다음에 잘 씻고, 잘 자야겠습니다. 기력이 나거든 바닥에 널린 옷부터 걸어두고, 밀린 설거지를 하고, 세탁기를 돌려야겠어요.
-3월 6일,
당분간 채소 좀 챙겨먹자 다짐하며
소얀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