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 너무 빨리 흐르니, 좋은 추억들을 스냅샷처럼 남겨둬야 하는 것 같아요."
금요일 저녁, 이직한 동료와 만나 근황을 주고받다가 요즘 시간이 너무 빨리 흐른다고 말하자, 그가 전한 말이었습니다.
이번 1분기는 유난히 정신이 없다 싶었습니다. 월요일에 출근해서 눈 감았다 뜨니 벌써 금요일 저녁인 느낌이었습니다. 투두리스트가 끝나지 않아 조바심나는 평일을 보내고 나면, 어제 무슨 일이 있었는지 기억이 흐릿합니다. 바쁘게 지내느라 통 펴보지 않았던 다이어리의 빈칸처럼, 기억에도 구멍이 군데군데 나 있습니다. 요즘 무슨 생각을 하고 사는지 음미할 틈 없이 하루하루 흘려보내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차에 동료의 말을 듣자 기분이 좋아졌습니다. 생각해보니, 바쁘다 바쁘다 노래를 불렀지만 다시 돌이켜보니 이번주 기억하고 싶은 순간들이 많았습니다. 본가에서 먹은 고소한 고등어구이. 할머니와 나란히 누워 있던 순간. 동네 공원을 걷다 우연히 반가운 얼굴을 만났던 순간도 기억에 남았습니다. 금요일 동료와 나눈 이야기도 좋은 추억이 되었습니다. 그 날 집에 와서 남편에게 "진솔한 이야기를 나눈다는 건 참 즐겁고 좋은 일이야."라고 말했거든요.
밀렸던 다이어리를 전부 메꿀 순 없지만, 자기 전 다이어리를 꺼내서 이번 주말 있었던 일을 적어야겠습니다. 뿌듯한 포인트는 무엇이었는지, 아쉬웠던 일은 무엇이었는지, 좋았던 점은 무엇이었는지 말이죠. 캡처를 하지 않으면 기억하지 못하는 것처럼, 제 기억에도 스냅샷을 찍어두어야겠습니다.
그리고 좋은 추억을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겠어요. 현관을 나서기 귀찮을 때 동료의 말을 기억해야겠어요. 망설이지 말고 나가야겠습니다. 몇 없는 걷기 좋은 계절이니까요. 그리고 이제야 좀 마음 편하게 사람을 만날 수 있으니까요. 아늑한 둥지도 좋지만 둥지 바깥 세상에서 좋은 추억을 사냥하러 떠나야겠습니다.
-3월 19일,
다음주도 기억에 남을 순간들이 많기를 바라며
소얀 드림
PS. 편지를 보내던 찰나에 발견한 마지막 문장의 출처가 궁금해 찾아보았습니다. 영미권에서 해당 구절이 굉장히 자주 인용되는 듯 합니다. 책은 우리나라에 번역되진 않은듯 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