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흘 전 즈음이었나요, 미라클 레터
578호를 읽다가 마이크로스트레스라는 말을 읽었습니다. 사소해서 말할 길 없는 상황에 대해 짜증이 나는 상황을 이야기하는데, 보통은 스트레스 총량이 크지 않기에 대수롭지 않게 넘길 수 있지만, 이런 일들이 쌓이다 보면 에너지를 갉아먹게 된다고 합니다.
머릿속에 어렴풋하게 생각하고 있지만 딱히 표현할 길이 없어 '은은한 빡침'으로 불렀던 감정이었던지라, 공감이 많이 갔어요. 이런 마이크로스트레스를 이겨내려면, 다양한 사람들과 교류하면서 주의를 환기하는게 좋다고 했습니다. 아, 그래서 요즘 사람들을 만났을 때 환기되는 느낌을 받았나 싶어 신기했습니다.
저는 내향적인지라, 사람을 만나고 오면 에너지가 많이 듭니다. 그래서 약속을 안 잡고 지나가는 주도 많았습니다. 더군다나 연말부터 몸을 회복하는 시간을 거치면서 거의 칩거하다시피 보냈습니다. 제가 만났던 사람들은 함께 일하는 동료들, 남편, 아주 가끔 만나는 가족 등으로 한정되었습니다.
컨디션이 괜찮아진 3월부터는 부러 약속을 잡았어요. 오랫동안 만나지 못했던 첫 직장 사수분들, 최근 이직한 동료 M, 전 팀장님이셨던 T. 강연에서 처음 만나게 된 업계 분들. 그 과정에서 대화를 많이 나눴습니다. 그렇게 돌아오는 길이 유난히 즐겁더라고요. 멍하니 유튜브를 보며 시간을 죽이지 않고, 훨씬 생동감 넘치는 대화를 하고 돌아왔기 때문인가 봅니다.
평소 자주 만나지 못했던 사람들과 좋은 대화를 나누다 보면, 지금 내가 가장 깊게 생각하는 문제들에서 한 발짝 떨어져 볼 수 있었습니다. 사람들과 근황을 나누며 내가 지금 헤쳐나가는 시간들을 되짚어보기도 합니다. 그러다 보면 마냥 싫기만 한 일들은 없다는 걸 깨닫기도 하고요.
혹은, 평소 전혀 관심을 갖지 않았던 새로운 주제를 생각해 보기도 합니다. 예컨대 등산을 정말 싫어하는 저인데, 오랜만에 만난 전 직장 상사분이 등산 이야기를 하시더라고요. 산이 유난히 좋다면서요. 그때는 손사레를 쳤지만, 그 대화가 인상 깊었는지 오늘은 짧게나마 남산 트래킹을 다녀왔습니다. 생각을 정리하고, 해보지 못했던 일에 대해 관심을 가져볼 수 있다니.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이렇게 달라질 수 있어 신기합니다. 이런 대화들 중에서 에세이에 쓸 좋은 글을 건져올리기도 하고요. 3월 동안 쓴 에세이 수는 분량 미달이지만, 미래 글감을 모아두었다 생각하렵니다.
사실 미라클레터에 소개된 '사람과 교류하는' 방법은 꼭 약속을 잡는 것을 의미하지 않고, 사람들과 나눈 짤막한 대화로도 충분하다 합니다. 심지어 내가 대화를 하지 않아도, 카카오톡 단체 채팅방에서 재밌는 사진들을 보기만 해도 환기가 된다고 하네요. 마이크로스트레스가 은은하게 피어오를 월요일, 독자님들의 생각을 환기시킬 수 있는 좋은 대화가 있길 바라봅니다
-4월 2일, 소얀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