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이 되고부터 슬프게도 책을 한 권도 읽지 못했습니다. 집 앞에 바로 도서관이 있는데 그 도서관이 보수공사로 문을 닫았어요. 책을 빌리려면 저 멀리 버스를 타고 나가야 해서 가보질 못했습니다.
그러다 지난 일요일, 집 근처에서도 책을 빌릴 수 있는 곳을 발견했어요. 오랫동안 보고 싶었던 에세이가 있더라고요. 두 권을 빌려 집에 돌아왔어요. 아주아주 오랜만에 책을 빌려 가볍게 읽었는데 기분이 좋았습니다. 주말에 커피 한 잔 타서 책상에 앉은 뒤, 한 장 한장 책을 넘기는 기분. 오랜만에 책에 집중할 수 있어 좋았습니다.
작가님은 맺음말에 이렇게 써두셨습니다. "내 글이 나를 살리고 누군가의 삶에 위로와 응원이 된다면, 조금 더 나은 세상이 되는 데 작게 기여할 수 있다면 그걸로 충분하다"라고 맺음말을 쓰셨더라고요. 작가님께 말씀드리고 싶어졌어요. 작가님 덕에 어제 하루가 참 행복했다고요.
저는 에세이를 좋아합니다. 작고 가볍게 들출 수 있지만, 그 너머에서 전해지는 잔잔한 이야기들이 좋아요. 특히 아무튼 시리즈나, 띵 시리즈처럼 작고 가벼운 판본으로 나온 책을 좋아합니다. 물리적으로 무겁고, 큰 결심을 하고 읽어야 하는 책을 벽돌책이라 하죠. 반대로 잘 읽히는 에세이는 깃털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큰 결심 없이도 읽을 수 있지만, 어느덧 빠져들 수 있는 이야기. 어쩌면 제가 사내 스터디로 벽돌책을 아주 느리게 깨고 있기 때문에 오랜만에 완독했다는 기쁨도 느끼나 봅니다.
에세이는 누구나 쓰는 글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저는 에세이가 누구나 쓰는 글이기에 좋아요.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다양한 사람들이 전해주는 낯설지만 진솔한 이야기를 만날 수 있으니까요. 그리고 글이 진솔하면서, 쉽게 읽히게 쓰기가 얼마나 어려운가요. 나를 어디까지 드러내야 할지, 어떻게 묘사해야 내 감정이 잘 전달될지, 군더더기는 어떻게 빼야 할지. 어떻게 쉽게 읽힐 수 있는지. 아마 작가님들은 그렇게 잘 쓰기 위해 부단히 노력할 겁니다.
예전 글에서 이야기했나요? 대화에서 에너지를 얻었다고. 좋은 에세이를 읽고 나면 깊은 대화를 나눈 느낌입니다. 머릿속으로는 알고 있는 주제라도, 에세이에서 읽고 나면 다르게 느껴집니다. 오랜만에 그런 에세이를 읽어서, 참 기분이 좋았습니다. 제가 쓰는 에세이도 정말로, 그랬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