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 아침 일곱시에 일어나서 금요일 저녁 배포 건을 확인해야지. 그리고 각 담당자 분들에게 A 과업을 확인하는 메시지를 보낼거야. 과업 B에 대해서는 C와 D를 물어야겠어. 다다음주까지 공지를 올리려면 E 과업은 신청서를 올려둬야지. 저번주에 답장한다고 했다가 깜빡했네. F님께 답장을 해야 해. 뉴스레터, 뉴스레터는 휴재해야 하나? 일단 나가서 좀 걷고 생각하자.
일요일 열 한시, 평일에 미처 끝내지 못했던 중요한 일을 끝내니 딱 이 시간이었습니다. 하루종일 앉아 있더니 속이 더부룩해 공원을 한 시간정도 걷고 오기로 했어요. 공원을 향해 걸어가는 길, 아무도 길에 없기에 저렇게 중얼거리면서 걸었습니다. 마음이 하릴없이 바빠서, 이리저리 튀는 생각을 잠재우고 싶었거든요.
이번 주 신경이 굉장히 날카로웠습니다. 저 일을 끝내지 못해 제가 아마도 뒤쳐지라는 생각이 들었으니까요. 바벨 봉 무게는 조상님이 들어주시나, 라는 밈에서 나오는 말처럼 보험금 청구도 내 밥그릇도 조상님이 챙겨주시나, 인생은 각자도생이지. 라는 생각이 저를 괴롭게 했습니다.
전화를 걸어 공원을 먼저 걷던 남편을 슬며서 만났습니다. 오늘 업무를 마무리하느라 신경이 날카로웠던 저를 피해 몇 시간 전에 공원으로 몰래 나갔더라고요. 나란히 걷다가 남편에게 물었습니다. 결국엔 이 일들이 어찌저찌 잘 끝날까, 라고요. 어찌저찌, 얼레벌레 지나갈 거라는 대답을 남기고 남편은 먼저 들어갔습니다. 삼십분 정도 더 걷다가, 돌아오는 길에 슬며시 웃으며 생각했습니다. 지금까지 한 이 생각을 써낸다면 이번 뉴스레터를 그래도 써 낼 수 있겠다고요.
내일 또 일에 치이고 결정나지 않은걸로 불안하겠지만, 그리고 또 이렇게 불안하단 이야기를 몇 주째 반복하는게 나도 참 싫지만, 그래도 또 내일 바쁘게 일하고 저녁에 한숨을 푹 쉬다가 겨우 또 산책을 걸어가겠지. 그렇게 요즘 매일 치인다는 기분이 드는 나에게 주고 싶은 문장을 보내보자. 그러고보니 제목에서 말한 "이겨내야지" 라는 말이 견뎌내야지, 라는 말처럼 들리네요. 업무는 업무대로, 지지부진한 이 순간도 견뎌야 하는 또다른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길 바라봅니다. 실은, 아주 자주 생각합니다. 이 순간이 끝나면 크게 울고 싶기도 하고, 그때서야 맥주를 맘껏 마시고 싶기도 하고, 아무도 없는 바다나 숲으로 숨어들거라고요. 그때까지 조금만 힘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