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레스를 받을땐 어떻게 해결하냐는 질문을 받았습니다. 그땐 잘 생각이 안 나 일은 직면할때까지 봐야 직성에 풀린다 했습니다. 약간 맑은 눈의 광인처럼 보였을까요? 질문 받았을땐 주말을 쏟아붓는 취미를 말하거나, 마음을 차분히 다스리는 멋진 방법을 말해야 하지 않을까 싶었거든요. 그런데 집에 돌아와 가만히 생각해보니 저 나름 노하우가 있더라고요.
하나, 요리를 합니다. 잡생각이 많은 편인데 요리를 하면서 눈앞의 퀘스트에 집중하면 생각을 안 할 수 있어요. 누굴 대접할 정도는 아니고, 저만 혼자 맛있게 먹을 정도에요. 예전에는 맥주 한 캔 먹으며 요리를 하곤 했었습니다. 요리하면서 나는 맛있는 냄새를 안주삼아서요. 그러다 못 참고 한 입씩 먹기도 하고요. 요즘 맥주를 자제하고 있습니다만, 이번주에 요리를 많이 해서 제가 먹는 속도를 못 따라갔네요. 제가 요즘 자주 하는 요리는 바질냉파스타와 토마토 소고기 스튜(굴라쉬라 하죠), 전자렌지로 만드는 순두부 계란탕입니다.
둘, 산책을 합니다. 제가 봄가을엔 산책을 많이 한다 말씀드렸나요. 집에서 10분정도 가면 큰 공원이 나오는데, 세 바퀴 돌면 딱 한 시간입니다. 요즘은 날이 더워 밤 산책겸 나갑니다. 음악이나 팟캐스트를 들으면서요. 가로등에 비친 나뭇잎을 보기도 하고, 머리가 복잡할 땐 할 일을 외우듯이 중얼거리기도 하고, 쌍욕도 속으로 많이 합니다. 욕 많이 나오는 힙합이 제격이네요.
셋, 주말엔 글을 씁니다. 요즘은 긴 글을 쓰기 어렵지만 짧게라도 뉴스레터를 씁니다. 요즘 같은 마음에 뉴스레터 휴재 란 하는 저, 좀 칭찬해봅니다. 그래도 뉴스레터로 조금이라도 따숩게 상황을 바라보면, 어느순간 글을 쓴 데로 생각할 수 있어 다행입니다. 훨씬 직설적으로 쓸 수 있지만, 그렇게 쓰면 마음이 더 아파오거든요.
몇 주 전인가 마음이 부대끼는 일이 있었을 때였습니다. 배포 막바지라 일거리는 많아서 뒤늦게 소식을 접했고, 한 시간 정도 누워서 어이없어 하다가, 한 시간 반 정도 나가서 걷다가 두시간 가까이 요리를 했습니다. 요리를 식혀 소분하면서 산더미같은 설거지거리도 해치웠습니다. 그러고 나서야 화가 조금 가시더라고요. 생각해보면 탈출구는 마련해두고 있었던 듯 싶습니다. 어떻게 시간을 보내야 나쁜 기분이 가시는지 알고 있는 스스로를 칭찬해보렵니다. 독자님들은 어떻게 나쁜 감정을 빠져나오시는지 궁금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