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면 힘든 순간을 잊기 위한 세뇌일지도 밑줄일기
-월요일 아침 출근길을 앞둔 당신에게 드리는 사소한 편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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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4.지난 하루, 한주, 한달에 괜찮은 키워드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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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한 달을 마무리하는 글을 쓰다가 생각해보니 투덜거린 시간도, 피곤하고 짜증났던 날도 많은데 돌아보니 그런대로 괜찮은 일도 많았더군요. 이번 편지에 그에 대한 제 생각을 다룬 에세이 일부와, 이 편지들과 어울리는 문장들을 골라 보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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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이의 삶은 빛나는 하이라이트를 모아둔 것 같기에, 스스로의 삶은 무기력해보이기 마련. 종종 그런 일상속에서 미쳐버리지 않으려면 흘러가버리는 하루, 한 주, 한 달에 괜찮은 키워드를 붙여두는 노력이 필요하다.
하나, 지리멸렬한 하루 끝에는 청소하는 광기를. 하루는 설거지와 설거지 사이고, 일주일은 빨래와 빨래 사이다. 대부분 그렇게 투덜거릴때가 대부분이다. 방금도 컴퓨터 앞에 앉기 전 설거지하고 오면서 그런 생각을 했다. 하지만, 제일 빨리 제정신을 잡아주는 게 집안일같단 생각도 든다.(...)
둘, 하루하루 불행하단 기분이 들땐 아주 콩알만큼만 있었던 좋은 일들을 끄집어내서 글로 써보자. (...) 하루하루는 너무 힘들었는데, 글로 쓰며 돌이켜보니 그래도 하루를, 일주일을, 한 달을 잘 보냈노라 새롭게 꼬리표를 붙여둔 느낌이다. 물론 좀 삐딱하게 말하면 힘든 일은 망각하고 1월 한달도 괜찮았나 보다, 라고 스스로 세뇌시키는 걸지도 모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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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 문장
셋, 집안일은 가장 즉각적인 성취감을 주기도 한다. 본업에서 머리를 데굴데굴 굴리다 보면 하루 종일 해결된 것 없이 끝나버릴 때가 있다. 하지만 집안일은 내가 몸을 바삐 움직이면 확실히 끝을 볼 수 있다. 참 하기 싫지만, 눈 딱 감고 하면 결과물이 그만큼 명확한 일이 없단 생각도 든다.
넷, 동시에 집안일만큼 굴레처럼 느껴지는 일은 없다. 성취감이 즉각적인 만큼 너무 빨리 원점으로 돌아간다. 한 끼만 먹어도 돌아서면 설거지감이 생기고, 이틀만 지나도 빨랫감이 수북이 쌓인다. 화장실 물때는 어찌나 잘 끼는지. 집안일이야말로 반복 작업의 끝판왕이다.
-출처: 집안일이 내게 가르쳐준 것(발행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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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문장
꼭 잘 짜이는 광고를 보는 것 같은데
내가 찍는 건 1인칭의 끝없는 CCTV일 뿐.
(...) 정직하게 흐르는 건 여기 내 시간일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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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번째 문장
월간 리뷰를 할 때는 대체로 좋은 기억 위주로 남긴다. 사라졌으면 하는 일은 굳이 붙잡지 않는다. (...) 내 인생을 내 마음대로 편집한다. 내 맘대로 할 수 있는 게 별로 없는 세상에서, 내 맘대로 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것이 기록이니까, 원하는 방식으로 기록하고 기억할 자유를 누린다. (...) 뭐 어때, 나는 내가 인생을 나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기억하는 게 마음에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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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님이 보내준 답장
(...) 수능 후, 졸업 직전에만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며 놀 듯이, 취업 전에만 할 수 있는 휴식이 있고 일이 있다고 생각해요. 차분히 하나씩 준비하며 취업 후의 목표에 대해 세워보시는 것은 어떨까요? 그리고 우스갯소리지만, 취업을 하면 자유시간이 정말 많이 줄어드니까요! 공공기관, 은행 업무, 보험 상담, 취미 학원, 단순한 하루 등등을 미리 해두시는 걸 추천드립니다!
글이 좀 길어질 것 같아 편집했는데, 답장을 주신 독자님은 바로 취업해 3년차가 되신 스물다섯, 지난호 사연자분과 동갑내기십니다.
제가 지금 서른넘어 면허를 따겠다고 지금 어떻게든 시간 쪼개서 계획을 세우고 있는데요, 휴가 안 쓰면 정말 쉽지 않네요. 대부분 면허는 있으시겠지만 이렇게 안 해둔 것이 있다면 미리 해두는 것을 추천해요. 미루면 일이 더 커지네요..
직전 회사에서 3년 간 일하다가 이직한 지 한 달째 된 중고 신입입니다. 모든 것이 새롭게 느껴져 적응하는 기간인데요. (...) 지난 문장들을 하나씩 읽어보며 큰 힘을 얻고 있습니다! 그리고 유독 더 마음에 와닿는 문구가 있으면 포스트잇에 직접 끄적이면서 마음을 달래곤 한답니다. 밑줄일기를 가치 있게 여기는 1인에 저도 있다는 사실을 작게나마 전하고 싶어서 글을 적어봅니다 :D
새로운 분야로 중고신입이란 말씀을 하신걸 보면 새로운 도전을 하고 계신가 보네요. 새로운 분야에서 적응하기 쉽지 않지만, 제 문장이 마음을 다스리는데 도움이 된다니 내심 기쁩니다. 밑줄일기를 사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직을 준비하고 있어요. 사실 퇴사한 지는 조금 됐는데, 숨막히게 힘들었던 전 직장 때문인지 쉽게 엄두가 나지 않더라고요. 세 번째 문장이 와 닿았어요. 마음의 여유를 채우기 위한 나만의 방법을 찾는 것, 나를 더 단단하게 만들어주는 작은 성취들! 우울하게 집에만 있기엔 시간이 너무 아까워 주 2회 필라테스도 다니고 있고, 멀리했던 책도 읽고 있는 내 모습이 오늘따라 더 멋있게 느껴지는 것 같아요. 이대로 지내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지만, 더 지배되기 전에 나를 성장시킬 수 있는 직장을 찾으려고요 :>
일을 하며 투덜거리는 순간도 많지만, 일에서 부대끼면서 하는 것만큼 크게 성장하는건 없다 생각해요(하지만 내일도 저는 머리를 싸매고 있겠죠). 이 시간동안 나를 채울 수 있는 방법도 알았으니 다음 직장에선 스스로의 마음을 잘 다스리는 멋진 사람이란 자신감을 갖고 임하실 수 있을 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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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밑줄일기는 어땠나요?
-올해 다시 에세이를 좀더 많이 써보고싶어서, 주말에 써 보려 노력중입니다. 앞으로도 에세이를 쓴 주에는 그 에세이를 보내드리고 그에 맞는 문장을 엮어서 보내볼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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