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일요일 여덟시가 되면 기분이 안 좋아지기 시작하고, 마감 안 한 열시 반이 되면 불안하고 조바심이 듭니다. 오늘 내가 해야 할 이야기가 과연 있을까, 싶어질때요. 돌이켜보니 그건 제가 체크리스트에 잔뜩 써놨던 일들을 못 했기 때문이었어요. 오늘은 그런 마음에 대한 글입니다.
일요일 여덟시, 이유가 없이 기분이 나빠져 시계를 보면 항상 이맘때 즈음이다. 남편에게 건드리면 문다고 경고하는 시간이기도 하다. 글쓰기 마감을 못 한 상태면 기분이 더 바닥이다.
주말에 해야 할 일은 많은데, 영 한 게 없다 싶으니 이번 주말도 망했노라 생각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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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과적으로 지우지 못한 체크리스트가 과반을 넘었다. 그건 내가 게으름을 피운 탓이고, 그래서 주말이 망했다 생각했었다. 사실 최근 자꾸 이런 일이 반복되니, 주말이 가는 게 아쉽다 못해 절망스럽다. 그래서 더더욱 주말 밤만 되면 기분이 좋지 않나 보다.
주말에 걸었던 기대가 너무 많았나 보다. 평일에는 못 챙긴 인생도, 엉망인 방도 산뜻하게 만들고, 사람 노릇도 몰아서 하고, 눈길도 주기 싫은 트렌드 공부도 몰아서 하고 싶었나 보다. 막상 지금 내 몸은 그냥 좀 자고 싶다,라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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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주말 체크리스트에는 너무 많은 항목을 쓰지 않는 게 좋겠다. 자꾸 스스로가 이번 주말에도 게을렀노라 생각하는 게 싫으니, 지우지 못하면 절망스러운 체크리스트 대신 주말에 해낸 일들을 써내야겠다.
해낸 일을 상기하다보니, 그 때 느꼈던 바를 마음 속에 새기듯 저장해두고 싶다. 클래스에서 훌라를 추면서 계속 지었던 미소를. 상담 선생님과 나눴던 깨달음을. 치킨 누들수프는 항상 맛있다며, 치킨스톡 덕이냐고 물었던 남편의 물음을.
다음 주말 할 일을 꼭 써야한다면 딱 세 개만 써야지. 그리고 있었던 일에 감사하듯 글로 차근차근 풀어둬야지. 월요병이 사라질 순 없겠지만, 조금은 뿌듯한 마음으로 다음 한 주를 넘어갈 수 있도록.
진정한 휴가는 비생산적이다. 그러나 우리 안의 청교도적 노동관이 이를 거부하기에 우리는 풍경을 즐기는 대신 쉬는 시간에 할 일의 목록을 만들고 인생 목표를 세우며 자기계발 도서를 읽는다. 내 개인적인 목표가 있다면 제대로 회복할 줄 아는 워커홀릭이 되는 것, 그리고 아이들이 학교에 돌아가는 즉시 집에서 나만의 스테이케이션을 즐기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