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이직한 회사에서 신기하게도 뉴스레터에 소개한 작가님, 그리고 독자님을 각각 만나볼 수 있는 기회가 있었습니다. 작가님도 독자님도 평소에는 막연한 존재이지만, 한 분 한 분 떠올리면 힘이 나더라고요. 그런 마음을 담아 편지를 써 보았습니다. 그리고 평소 소개하고싶었던 "좋은 구절을 응원하는 마음"들에 대한 글들도 모아 보냅니다.
이번 회사로 이직하면서 뉴스레터에 두 번이나 소개한 문장을 작성한 작가님을 실제로 뵌 것처럼, 뉴스레터 구독자분도 만날 때가 있었다. 연초에 좀처럼 보내지 못한 뉴스레터를 눈 질끈 감고 보낼 때에도, 그분의 얼굴을 떠올렸다.
R님, 뉴스레터 이름도 안 밝히고 회사 자기소개 귀퉁이에만 걸어둔 링크를 보고 저를 알아봐 주셨죠. R님 덕에 이 편지를 보낼 수 있었습니다. 4800명이라는 구독자 수는 막연하게 느껴질 때가 있었지만, 우연히 만난 독자들의 얼굴을 떠올리다 보면 얼마나 큰 힘이 되는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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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내 뉴스레터를 읽는 독자님을, 뉴스레터에 소개했던 작가님을 만나다보니 뉴스레터 쓰는 의미를 새삼 다시 느꼈다.
내가 뉴스레터를 쓰는 건 좋은 글을 써주는 창작자에게, 글을 읽어주는 사람들에게 크게 박수칠 수 있는 방법이라고. 나는 아직 작가도 편집자도 서점 주인도 그 무엇도 아닌 방구석 편집자이지만, 오래 글을 쓰고 좋은 글을 읽는 사람으로서 할 수 있는 일이라고. 그런 응원을 조용히 그리고 뜨겁게 보내고 싶다. 옆자리에 몰래 숨어 쪽지를 건네는 마니또처럼.
PS. '소얀'이란 이름을 쓸 땐 재직중 회사를 안 밝히는 편인데요, 그럼에도 현생에서 저를 새로이 알게 되신 분들은, 아는 척 해주세요. 커피 한 잔 건네겠습니다. 저는 당신의 친절한 이웃 피터 파커, 아니 당신 수신함을 조용히 밝혀주는 마니또같은 뉴스레터 편집자니까.
*글 중간에 나오는 "크게 박수치는 사람이 되고싶다"는 이 글의 문장을 변형해 작성한 글입니다.
세 번째 문장
한때는 창작자가 아닌 내가 무능하다고 느낀 적도 있었습니다. 나는 왜 만드는 사람이 될 수 없을까, 나는 왜 빌려 써야 만 할까, 하고요. 지금은 알아요. 그런 문장을 발견하는 능력도 누구에게나 주어지는 것은 아니라는걸요. 직접 만들 순 없지만 귀한 걸 귀하다고 알아보는 눈 밝은 사람. 그게 저의 역할이라고 믿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