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연휴, 꼭 쓰고싶었던 주제가 있어 글을 시작했으나 마지막 두 문단을 구성하지 못했습니다. 이번주 밑줄에 소개할 문장은 다 골라두었는데, 머릿속으로 고민만 하다 결국 공지없는 휴재를 했습니다. 적당히 마무리해서 보낼 수도 있었지만, 그 글은 쉽게 쓰고싶지 않은 글이기 때문이었습니다. 오늘은 그에 대한 생각을 먼저 보내드립니다.
하지만 그렇게 쓰는 글이 내 기억에 남는 글일까? 다시 읽었을때 추억에 잠기듯 재밌어서 시간가는줄 모르고 읽을 수 있을까? 나는 자의식이 강해서인지, 아니면 변화를 거부하는 구닥다리라 그런지, 아니면 그만큼 간절하지 않아서인지 쉽게 쓰고싶지 않았다. 그래서 어떤 글은 쉽게 쓰이지 않는데로 두고싶다.
(...)
내가 머릿속으로 했던 생각들, 걷다가도 그 글감에 대해 피어올랐던 부채감, 설거지를 하면서 그 글에 대해 고민했던 시간도 글을 쓴 시간으로 보아도 될까. 그렇다면 지난주 고민했던 시간은 글을 못쓴 시간이 아니라 글을 계속 썼던 시간이라 생각해야겠다.
아침에 절망 속에서 했던 생각이 문장이 되어 떠올랐다. 사람이 사람에게 이렇게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하다니. 그것이 내 글의 다음 문장이나 하다못해 실마리가 되리라는 걸 알았다. 기쁘면서 또 슬펐다. 내게 쓰지 않는 하루는 없을지도 모르겠다. 글을 생각하지 않는 하루는 없었으니까.
(...) 결과적으로 창작자로서 자신이 원하는 멋진 문장을 AI로부터 뽑아낼 수 있지만 새로운 연결의 가능성과 힘, 연결망은 전혀 확장되지 않는다. 시장에 팔릴 만한 상품을 내놓는 ‘판매자’로 이익을 보는 기쁨은 있을지언정 자신의 고유함이 확장되는 창작자의 힘, 창작자의 기쁨은 없다. 결과물만을 향유하고 그로부터 이익을 보는 사람의 정체성은 사실상 창작자가 아니라 AI 소비자에 불과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