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들어 읽는 속도가 지나치게 빨라지면서, 그럴듯한 문장만 골라 쉽게쉽게 읽는 습관입니다. 이를 다잡아줄 문장들을 골라봤습니다.
그렇게 빨리 읽다보면 내가 글을 읽는건지 글이 나를 잠식하는지 모르겠다. 하루에 쏟아지는 정보량도 많은 탓도 있겠지만, 사고의 흐름을 못 따라가서 더 그럴지도 모른다. 글을 쓰는 사람들은 차근차근 앞뒤 문장을 써가며 논리를 전개시키겠지만, 나는 수분내로 엑기스만 훑듯이 읽고 넘어가니 논리를 비약하거나 곡해할 수도 있지 않을까 싶다. 어느 순간 좋은 기사를 보고 순수하게 감탄할 시간도, 묘사된 사건에 안타까워할 시간이 없는 느낌이다.
이러니 책읽기 취미조차 적당히, 좋은 구절만 따서 읽는 버릇이 단단히 들어버린것 같다. 이렇게 브레이크없이 빠르게 읽다가는 문장을 음미하는 습관이 사라질까 무서워진다. 또 읽기 쉬운 책, 사유하지 않는 책만 읽을까 걱정이기도 하다. 그러다가 보석같은 문장들을 놓쳐버리는 건 아닐까?
빨리 읽어버리면 마음속 깊은 곳의 슬픈 소리를 감지할 수 없다. 놓치기 십상이다. 천천히 읽어야 보이는 것이 있다. 사람이 어떤 일을 빨리 해내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면, 사람은 나기 무섭게 죽어야 가장 중요하고 좋은 일이라고도 말할 수 있겠지만 사람에게는 빨리 일을 해내는 것보다 '제대로 즐겁고 올바르게' 해내야 하는 것이 중하지 않겠는가? 삶도 그러하고, 읽기도 그러하다.
PS. 봄이 시작된 편지를 보내는 오늘, 여성의 날을 축하하며 4년 전 편지에 보냈던 문장을 다시 보내봅니다.
"주제가 사소하든 거창하든 절대 망설이지 말고 온갖 종류의 책을 써달라고 여러분께 부탁하고 싶어요. 저는 여러분이 무슨 수를 쓰든 충분한 돈을 스스로 마련해서 여행을 하고, 빈둥거리고, 세상의 과거와 미래에 대해 깊이 생각해보고, 책을 읽으며 몽상을 하고, 길모퉁이를 거닐며 생각의 낚싯줄을 강 속 깊이 드리울 수 있기를 바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