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내내 뭐 했어? 라는 말에 저는 보통 조금 쉬다가 (글좀 쓰고) 집안일 하다보니 끝났다고 말할때가 있습니다. 분명 내 시간을 잡아먹는 어떨땐 결국 도움을 받기도 하더라고요. 오늘은 그 마음에 대한 편지입니다.
PS. 하지만 조금이라도 삐끗하면 시간 운용이 망하곤 합니다. 이번 편지도 주말 집안일 때문에 화요일 출근 전에 겨우 마무리했네요.
하더라도 남는 건 없고, 안 할 때만 티가 나는 것. 한동안은 그런 집안일이 굴레같다 생각했다. 하루만 지나도 설거짓거리가 쌓이고, 이틀만 지나도 빨래가 쌓이니 나는 종종 집안일을 기준으로 시간을 가늠하곤 했다. 아, 이렇게 또 하루가 지나갔구나, 이틀이 지나갔구나 라고.
그런데 마음이 힘든 일을 겪고 나니 집안일이 나를 현실로 붙들어준단 생각이 들곤 했다.
(...) 가끔 굴레같이 느껴지던 집안일이, 부유하는 내 정신을 붙들어 둘 수 있는 일이 되기도 한다는 걸. 15년, 30년 뒤의 일도 당장 내일 일어날 것처럼 걱정하곤 하는 내게 하루, 이틀만 생각할 수 있는 건 차라리 다행일지도 모르겠다.
일상이야 말로 마음의 네 귀퉁이를 붙들어주는 것인데. 펄럭이는 마음이 허공에 날아가 버리지 않도록 붙잡아주는 것은 언뜻 사소해보이는 일과와 의무였다. 설거지를 하고, 청소를 하고, 쓰레기를 버리고, 빨래를 하고, 수건을 개고... 그것이 어디 가지 않고 지금을 살게 해주는 일이란 걸 이제는 안다.
서른을 지나면서 나는 잘 사는 것에 관심이 생겼다. 내게는 그것이 무엇일까 자주 생각한다. 그래서 틈틈히 내 마음의 안색을 살피고, 화초를 돌보듯 일상을 들여다본다. 시든 데 없나 먼지쌓인 생활 구석구석을 닦아내고, 밖에서 사먹는 대신 시골집에서 부쳐둔 재료로 직접 지은 밥을 먹고, 계절에 한 번씩은 답답해하는 나를 데리고서 마음을 환기할 수 있는 곳에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