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저는 아주 돈 생각을 많이 합니다. 틈틈히 계산기로 향후 1년간 생활비, 투자 기대수익률, 은퇴 시점의 생활비, 이사 비용 등을 시뮬레이션해봅니다. 가끔은 좀 숨이 막히는데 돈 생각을 좀 덜 괴롭게 하고 싶단 맘을 담아 편지를 써봤습니다.
어쩌면 우리는 돈에 지나치게 많은 기대를 해서 돈 생각이 괴로운지도 모르겠다. 당장 더 이상 일하지 않는 낙원에 도착해야 할 것처럼 굴거나, 내 또래 사이에서 가오 부릴 수 있는 방패가 되어주길 바랄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사람들이 30대에, 40대에 갖춰야 하는 순자산을 찾아보며 자산 격차를 느끼고 괴로워하는 걸까.
그런 방식으로 돈 생각하면 너무 괴로운 것 같다. 일단 당장 "낙원"에 도착해 노동에서 완전히 해방되지 않더라도, 내가 나를 지킬 수 있는 구명조끼라도 지니고 있길 바란다. 나와 남편이 함께 살 수 있는, 출근길이 멀지 않은 새로운 보금자리로 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 이렇게 하니 예전에 계산한 반 년치 생활비보다 내 구명조끼에 드는 금액도 커졌구나 싶긴 하지만.
*21년도 이사를 앞두고 보낸 편지에서 소개했던 문장입니다. 안전망을 위해 돈을 저장해두라는 이야기가 왠지 와 닿아서 다시 골라봤습니다.
세 번째 문장
그럼에도 위기가 생긴다면, 이번에는 내 스스로가 구명보트를 던져주고싶다. 맡은 일이 없어진다면 생각보다 직장인이 할 수 있는 일은 없으니까. 바뀐 부서에서 열심히 적응하며 상처를 다독이거나, 새로운 길을 찾아나설 수 밖에 없지. 그때 반년치 생활비가 안전망이 되어주었으면 좋겠다. 어떤 결정을 할 때 생활비때문에 바득바득 참지 않아도 된다고 말해주고 싶다. 이번 회사에서도 수고했다고, 다시 준비해보자고. 그동안 열심히 준비한 내가 너를 기다려주겠다고. 떠맡은 일이 모멸감으로 느껴질때 억지로 참지 말라고. 그게 내가 생각한 반년치 생활비 모으기, 라는 안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