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을 안하기 위해 설정해둘 수 있는 당신에게 보내는 반짝거리는 문장들 들어가면서
첫 번째 문장 기댈수 있는 답변 오로지 물음표로만 채워진 삶은 조금 막막하지 않나. 그게 꼭 정답은 아닐지언정 그래도 기댈 수 있는 답안 몇 가지는 있어야 숨통이 트인다. 변수로 가득 찬 세계를 계속 헤쳐 나가려면 발 디딜 수 있는 단순한 상수 몇 개 정도는 쟁여두자. 고민 없이 먹는 방울토마토, 생각 없이 꾸준할 뿐인 필라테스 같은 것들. 인생에는 상수가 필요하다. 우리 모두. 위 문장이 한달전 독자님이 제보해준 문장이에요. 폴인에서 권성민 피디님이 말씀해주신 문장이에요. 글에 나오는 "디스크 조각모음"이라는 상태가 요즘 제 산란한 정신을 대변해주는 것과 같습니다. 그가 있는 세계는 유행과 예민함이 가득한 콘텐츠의 세계, 해결해야할 "문제"가 가득한 삶에서 고정값이 필요하다고 말해주네요. 저도 그런것 같아요. 저도 평일 운동을 끊어두고 지난주 내내 못 갔는데요, 회사일과 이사 준비라는 두 가지 일을 준비하면서 변수에 휩쓸렸기 때문입니다. 월요일부턴 그냥 하는거지 뭐, 라고 하면서 집밖으로 나가야겠어요. 두 번째 문장 기계적으로 내릴 수 있는 결정 중요한 결정을 잘하려면 사소한 선택들은 생각을 많이 해야하는 변수들의 조합이 아니라 기계적으로 할 수 있도록 상수화할 필요가 있다. 예컨대 오늘은 뭐 입을까, 이번 주말엔 뭐할까 같은 일은 변수가 아니라 상수로 만들어 놓으면 선택의 어려움을 줄일 수 있다. 첫 번째 문장의 "상수"가 인생을 잘 돌아갈 수 있게 하는 상수와 같다면, 두 번째 문장은 일상에서 힘을 빼는 선택을 해야 하는 상황에 더 가까운 것 같아요. 선택 자체가 머리를 굴려야 하는 일이니 사소한 선택은 기계적으로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요. 제가 거의 선택할 고민 없이 고르는 것들은 무엇이 있을까요. 우선 양말이 전부 회색 발목양말이고 그것만 신습니다. 딱 한 켤레만 베이지색인데 너무 비슷해서 짝짝이로 신을 때도 있지만요. 또, 일요일 아침 운동수업과 뉴스레터는 따로 말하지 않아요. 제게 너무 당연한 일이란 생각이 들어요. 세 번째 문장 내 우주를 바꾸는 질문 "오늘 하루를 어떻게 살 것인가?" 아무리 생각해도 이게 내 우주를 바꿀 수 있는 유일한 질문인 것 같다" 이 문장은 마이루틴 운영자인 옥민송 저자의 글에서 재인용했습니다. 그는 이 문장이 루틴을 만들고 지키는 자신의 소명의식과 맞닿아있다고 느꼈다고 합니다. 삶에 대한 내 태도를 유지하는 건 꽤 큰 노력이 들지만, 그래도 내가 통제할 수 있는건 인생의 상수 축에는 들 수 있겠다 싶었어요. 네 번째 문장 내 삶의 테마가 되어줄 단어 재미는 내 인생, 내 사업의 변수 아닌 상수죠. 마지막 문장은 상수라는 키워드로 검색하다 발견한 문장입니다. 위 문장은 기사 제목이기도 한데, 누군가에게 "재미를 주고싶다"는 마음이 소명의식이라는 점이 좋았어요. 소비자가 직접 칠할 수 있는 에코백을 만든 이분은 도대체 작가님이기도 합니다. 44호에 소개드렸던 문장-"바늘에 찔린것만 아파하자"-의 주인공이기도 하죠. 반가운 마음이었습니다. 김신회 작가의 문장을 읽은 순간 식상한 표현이지만 머리를 세게 얻어맞은 깨달음을 얻었어요. 내가 그동안 해온 러브마이셀프는 세뇌, 강박, 책임감이었을지도 모른다는 깨달음이요. 작가님 말대로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다고해서 불행한 건 아닐 텐데 저는 제가 스스로를 사랑하지 않는 순간을 견딜 수가 없었나 봐요.
나 자신이 미운 순간도, 좋은 순간도 열심히 살아가고 있으니 이걸로 충분한 거겠죠? 이제부턴 러브마이셀프의 압박감을 내려놓고 가볍게 살면서 내가 나에게 사랑 말고 어떤 감정을 느끼는지, 어떤 생각을 하는지 찬찬히 훑어볼 생각입니다.
좋은 문장을 건져올려 주신 덕분에 전 편히 앉아서 깨달음을 얻고 김신회 작가님 책을 사러 갑니다. 감사합니다. 독자님, 책은 잘 사셨나요? 저도 저번 편지를 보내고도 종종 제가 소개한 문장을 되뇌었습니다. 특히 나는 내가 미워도 살 것이고 좋아도 살 것이다, 이 부분이요. 힘든 순간이 있을때 이를 지나가게 하는 주문같았어요. 러브마이셀프가 마감을 코앞에 놔둔 숙제같은 느낌이라면, 나에 대한 감정을 훑어보는 건 한번 시작해볼 수 있는 일 같아요. 물론 중간에 포기하고 싶을 수도 있지만요. 그래서 책 제목이 "가벼운 책임"이려나 싶기도 하네요. 이번 문장줍기는 어떠셨나요? 함께 읽고 싶은 문장이 있으신가요? SENTENCE PICKER sentencepicker@gmail.com |
월요일 아침 출근길을 앞둔 당신에게 드리는 사소한 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