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물질적인 단어들과 사치가 결합될 때 이런 것도 사치일수 있을까? 26번째 편지를 쓰면서 무척 많은 문장을 모았는데, 두 편으로 나누는게 좋겠다 생각을 했습니다. 그래서 이번 호는 26번째 편지의 후속편으로 준비해봤습니다. "사치"라는 단어가 시간, 일, 가족, 사랑이라는 개념과 결합된 문장을 따로 모아보았습니다. 첫 번째, 생각하는 여유를 되찾기 물질적 사치와는 달리, 시간의 사치는 오늘 해야 하는 일과 먼 훗날 하고 싶은 일의 간격을 메워주며, 그래서 나의 하루와 미래를 보다 풍요롭게 한다는 것을 최근에야 깨달았다. 시간과 사치라는 단어를 함께 검색하다가 발견한 칼럼입니다. 처음에는 멍때리기 대회에 대한 연합뉴스 클립이 나왔고, 그 다음에는 이 칼럼이었습니다. 칼럼의 저자는 퇴직 후 무엇을 할지 고심했던 지인의 이야기를 들으며 시간의 사치, 라는 단어를 떠올렸다고 합니다. 시간의 사치가 [해야 할 일과 하고 싶은 일의 간극-간격보단 간극이란 단어가 어울리지 않을까요-을 메꿔주는 시간]이라는 부분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멍때리기 대회와 이 칼럼을 연결해본다면, 해야 할 일에 몰두하기 쉬운 요즘, 멍때리는 시간이 내가 집중하고 있던 것 외에 다른 것들을 생각할 수 있는 기회가 되지 않을까, 싶네요. 두 번째, 일하고 싶은 사람과 일하기 예순 넘어서부터는 사치하고 살기로 결정했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 것 하고, 내가 싫어하는 사람 것 안 하고. 김하나 작가의 글을 읽다 발견한 문장입니다. 2월 초 개봉한 <찬실이는 복도 많지>라는 작품의 상영회에서 윤여정 배우가 한 말이라는데, 글에 나오는 비하인드 스토리에 따르면 김초희 감독이 작은 제작비로 이분을 캐스팅할 수 있었던 이유도 여기서 나온 "사치"때문이라 합니다. 호오에 따라 일하는 기회를 선택하는 게 사실 말처럼 쉽지 않습니다. 실력을 쌓고 입지를 다지기까지 가릴 것 없이 일을 해야 하겠죠. 윤여정 배우의 필모그래피를 다 알지 모르지만, 아마 오랜 배우 생활을 하면서 아마 이 시간을 견뎠겠죠. 그리고 마침내 좋아하는 감독에게 선뜻 힘을 보태는 마음이 느껴졌습니다. 세 번째, 아름답지만 가질 수 없는 나에게 아이는 그랜드피아노와 같은 것이었다. 평생 들어본 적 없는 아주 고귀한 소리가 날 것이다.(...)너무 매혹된 나머지 그 소리를 듣기 이전의 내가 가엾다는 착각까지 하게 될지 모른다. 세 번째 문장은 아이가 있는 삶을 그랜드피아노로 비유한 문장입니다. [도움의 손길]이라는 단편의 일부입니다. 문장을 일부만 가져와 의아하실 수 있어 짧게 요약해 설명해보겠습니다. 주인공은 남편과 상의해 아이를 가지지 않기로 결정합니다. 아이가 있는 삶은 너무나 소중하고 아름답지만, 이를 삶에 들이기 전과 후의 삶의 중심이 달라지게 된다는 것입니다. 겨우 안정된 삶을 손에 넣은 주인공에게 새로운 변수를 끼워넣기엔 버거운 것이죠. 아름답지만, 가질수 없는 대상을 비유할때 그랜드피아노만큼 어울리는 사물이 또 있을까요. 네 번째, 호화로움보다 사랑 어렸을 때 내게 사치라는 것은 모피 코트나 긴 드레스, 혹은 바닷가에 있는 저택 따위를 의미했다. 조금 자라서는 지성적인 삶을 사는 게 사치라고 믿었다. 지금은 생각이 다르다. 한 남자, 혹은 한 여자에게 사랑의 열정을 느끼며 사는 것이 바로 사치가 아닐까. 아직 읽어보지 못한 책이지만, 좋아하는 에세이들이 인용과 변주를 많이 해서 알게 되었습니다. 아니 에르노는 자전적인 경험만을 소설로 쓰는 것으로 유명하다고 하는데(출처), 이 에세이는 소재와 선정성 때문에 출간 당시 큰 논란이 되었다 합니다. 그래도 저는 이 문장이 굉장히 좋았습니다. 호화로운 삶이나 존경받는 삶이 아니라 사랑하고 사랑받는 삶이야말로 제일 어렵지 않나요. 한 사람을 온전히 사랑할 수 있 가장 어렵지 않나 싶습니다. 사람의 마음을 좌지우지하는 건 어려우니까요. 이런것까지, 아니면 이런 것들도 사실 사치라는 단어를 검색하면 립스틱과 마카롱으로 대표되는 작은 사치, 그리고 하루키의 소확행이 가장 빈번하게 나옵니다. 하지만 일부러 이러한 문장은 피해보았습니다. 그러다보니 의외로 비물질적인 것들과 사치가 결합한 단어들이 모였습니다. 이런 것도 사치여야 할까? 라면서 심란해지다가도 감탄하게 됩니다. 사실 일과 사랑, 가족, 여유로운 시간을 지키는 것이야말로 가장 마지막에 손에 넣을 수 있는 사치일지도 모르니까요. 함께 나누고 싶은 문장이 있으신가요? 오늘의 문장줍기는 어떠셨나요? SENTENCE PICKER |
월요일 아침 출근길을 앞둔 당신에게 드리는 사소한 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