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와 취향에 대한 다른 생각들 가능성을 멈춰보는 자유 그동안 제 편지에는 "다양한 순간을 발견해야 하며, 경험을 누려야 한다"는 주제들이 많았습니다. 보통 이런 논지는 더 많이 소비하는 것으로 이어지기 쉽지요. 하지만, 오늘 조금 다른 문장을 가져왔습니다. 소비한다는 가능성을 멈춰보는 것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첫 번째, 이미지 소비를 멈춰본다면 사람들은 언제나 자신을 자유의지를 지닌 존재, 대단히 개별적이며 고유한 존재인 것처럼 ‘느낀다’. 하지만 이런 생각은 인류사에서 무척 새로운 현상이다. (....) 소비문화에서 사용되는 이상화된 이미지와 서사는 그 상품이 치유해줄 것이라 여겨지는 결핍의 느낌을 우리 내면에 만든다.
이번 달에 기호식품을 너무 많이 샀더니, 제 용돈이 벌써 마이너스가 되었습니다. 이 부분에 대해 고민하고 있던 중, 추천받은 책이 [과식의 심리학]입니다. 이 책은 과식이 소비문화의 급속한 팽창과 직접적으로 연결되었다는 논지를 갖고 있습니다. 사람들은 이미지를 추구하기 위해 소비를 하며, 패스트푸드 뿐 아니라 "슈퍼푸드"라 알려진 건강식 또한 소비 문화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합니다. 그리고 우리가 물건을 사는 이유는 내심 스스로가 추구하는 이미지를 구현하기 위함인 것처럼, 먹는 것도 이와 유사합니다. 책의 내용이 매우 방대해, 짧게 소개하는 것이 어렵습니다. 그러나 이 책을 읽으면서, "내가 무언가를 먹고 싶다고, 사고 싶다고 생각하는 이유가 무엇인지?"에 대해 세 번은 곱씹어볼 근거를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두 번째, 취향을 추구하지 않는다면 불편한 진실이지만, 대개의 취향은 돈을 먹고 자란다. 그 때문에 어떤 취향의 세계가 막 넓어지려는 순간 그 초입에 잠시 멈춰 서서 넓어질 평수를 계산하고 예산을 미리 짜보지 않고서는 성큼 걸어 들어가지 못하는 사람도 있는 것이다. 저자는 와인을 마시고 탐구하는 순간을 사랑했지만, 이에 소요될 비용과 결핍을 감당할 수 없음을 직감한 순간 이를 딱 끊었다고 합니다. 그 마음이 과감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는 요즘 어쩌면 취향이 확고하다는 것은 "까다로워진다"는 이야기의 반대려나, 하고 생각합니다. 좋은 것을 찾아 헤매면 다시는 저렴한 것으로 대체할 수 없게 되는 것 같아서 말입니다. 그동안은 제 취향을 날카롭게 벼리고, 이 디테일을 간직하는 것이 삶의 작은 기쁨이 아닐까 했습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무던해지고 싶습니다. 취향의 리스트를 기쁘게 간직하지만, 그 리스트의 물건이 없어도 그럭저럭 살았으면 합니다. 세 번째, 휴가 계획마저 멈춰본다면 약 300만명의 이탈리아인이 해마다 휴가를 떠난 척 가장한다고 한다. (....) 휴가를 떠나지 않는 사람들은 미래의 선구자라는 사실을 누군가 그들에게 알려주어야 하지 않을까? 여름의 단골 멘트는 휴가 계획이죠. 저는 남의 휴가 이야기 듣는 것을 좋아하지만, 이런저런 이유로 여름엔 휴가를 가지 않습니다. 저자는 휴가, 체험 여행, 호텔, 크루즈, 외식에 대한 환상을 조목조목 지적합니다. 사실 위 문장은 여행을 쉬어본다면 편지를 위해 골라두었습니다. 하지만, 여행 자체에 대한 환상을 포기하자고 말하기엔 마음이 아파 이번에 대신 소개했습니다. 같은 값이라면 응원하고 싶어 그래서 무작정 절약하자는 논지로 끝내고 싶진 않습니다. 대신, 제 다음달 용돈만 생각해보고 끝내려 합니다. 제가 무심코 샀던 기호 식품을 줄여서 용돈을 아낀다면, 그만큼 제가 지지하는 창작자들의 콘텐츠를 더 많이 구매하려 합니다. 그동안 문장줍기를 운영하면서 제 창작자들에게 충분히 보답하지 못했다는 마음의 부채감이 있는데, 이를 조금씩 갚아가고 싶습니다. 확실히, 어떤 소비는 다른 사람에 대한 전폭적인 지지를 나타내니까요. 함께 나누고 싶은 문장이 있으신가요? 오늘의 문장줍기는 어떠셨나요? SENTENCE PICKER |
월요일 아침 출근길을 앞둔 당신에게 드리는 사소한 편지